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6·3 조기 대선일이 확정된 지 하루 만이다. 전날 장관직을 사퇴한 그는 이날 국민의힘에 입당도 신청했다. 김 전 장관은 계엄·탄핵 국면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보수 진영 인사 중 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그런 김 전 장관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국민의힘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에게 내려진 국민의 뜻을 받들기로 했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많은 국민 여러분께서 저 김문수에 대해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셨다”며 “얼마나 사람에 목이 마르시면 저에게까지 기대를 하시나 하는 안타까움으로 가슴을 쳤다”고 했다. 계엄·탄핵 국면에서 현직 장관이어서 정치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자기가 범보수 후보 중에서 지지도 1위를 기록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었다. 그는 이날도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임기 중에 파면되는 것을 보면서, 국정을 책임지고 있던 국무위원으로서 비통한 심정과 책임감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했다. 다만 “탄핵은 헌정 질서 안에서 내려진 최종 결정이므로 그 결과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그러면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권력을 쥔 정치인들의 부패는 더 엄하게 다루고 도려내야 한다”며 “12가지 죄목으로 재판받고 있는 ‘피고인 이재명‘을 상대하기에는 가진 것 없는 깨끗한 손 김문수가 제격”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 대선 캠프 총괄본부장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후원회장은 중앙대 총장을 지낸 이용구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맡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13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오 시장 측이 이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약자와의 동행’”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지와 관련해 정리된 생각을 곧 밝힐 것”이라고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도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유 시장은 “분권형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이 지사는 “박정희 대통령의 혁신을 적용해 나라 체질을 확 바꾸겠다”고 했다.
10일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한다는 한동훈 전 대표는 최근 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사고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싱크홀) 고위험 지역은 시민들께서 아실 수 있도록 서울시가 공개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경쟁자로 꼽히는 오 시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이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14일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육·해·공군 3군 체제를 해병특전사령부와 국군 우주사령부를 창설해 5군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은 이날 의대생·전공의를 만나 “의료 정상화의 길로 하루빨리 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경선관리위원회를 열고 내달 3일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 후보를 확정하기로 했다. 14∼15일 이틀간 경선 후보자 등록을 받고, 서류 심사를 거쳐 16일 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국민의힘 경선 도전이 거론되는 사람은 20명에 육박한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1차 컷오프에서 4명, 2차 컷오프에서 2명으로 경선 후보를 추리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컷오프는 100% 일반 국민 여론조사로, 2차 컷오프와 최종 경선에선 각각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대중 인지도가 높은 주요 인사들이 1차 컷오프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여론조사 때 응답자를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국한하는 현행 당헌을 적용할지가 변수로 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론조사 때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당 지지자들의 응답은 제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