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로 출근하고 있다./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9일 “개헌 논의는 대선 이후 이어가자”고 했다. 지난 6일 ‘대선·개헌 동시 투표’를 공개 제안한 지 사흘 만에 철회한 것이다.

우 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 상황에서는 대선 동시 투표 개헌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제(諸) 정당의 합의로, 대선 이후 본격 논의를 이어가자”고 했다. 그는 이어 “위헌·불법 비상계엄 단죄에 당력을 모아온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이 당장은 개헌 논의보다 정국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개헌이 국회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이라면 사실상 (개헌)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조기 대선일(6월 3일)에 권력 분산형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계로부터 “의장 놀이 하지 말라” “개헌은 개나 줘라” “꿍꿍이가 있다”는 공격을 받았다. 개헌 이슈가 대선 구도를 흔들어 이재명 전 대표 승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도 7일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우 의장 제안을 거부했다. 우 의장이 이날 “개헌보다 정국 수습이 먼저”라고 한 것은 결국 이 같은 민주당 분위기에 밀려 본인 입장을 접은 것으로 해석된다.

우 의장은 그러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해 정국을 혼란에 빠뜨려 안정적 개헌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다시 각 정당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이 파괴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이 합의의 내용, 개헌의 골자를 각 정당 대선 주자가 공약으로 제시해달라”고도 했다.

당내에선 “우 의장이 마치 사전 교감 없이 개인 플레이를 한 것처럼 비쳐 모양이 우습게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 의장 측 인사는 “국회의장이 개헌에 키를 쥐고 있는 이재명 전 대표와 아무런 얘기 없이 그런 제안을 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