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발언을 듣고 있다./뉴스1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무당층(無黨層)·부동층(浮動層) 표심에선 국민의힘 주요 대선 주자들에게 뒤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주요 주자들과 가상 양자 대결에선 50%가 넘는 지지도를 기록하며 앞섰다. 다만 전체 응답자의 18%에 이르는 무당층에선 오히려 상당수 국민의힘 주자들이 이 전 대표에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전문가들은 6·3 조기 대선이 민주당·국민의힘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무당층·부동층 표심을 어느 쪽이 잡느냐가 승부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6~7일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전 대표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가나다순) 등과의 양자 대결에서 10~20%포인트대 차이로 앞섰다. ‘이재명 대 김문수’는 55% 대 35%, ‘이재명 대 안철수’는 51% 대 34%, ‘이재명 대 오세훈’ 52% 대 37%, ‘이재명 대 유승민’ 49% 대 32%, ‘이재명 대 한동훈’ 52% 대 31%, ‘이재명 대 홍준표’ 52% 대 36%였다.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이 전 대표 지지도는 대체로 50%를 넘겼다.

그래픽=백형선

그런데 지지 정당 관련 물음에 ‘없음·모름·응답 거절’을 선택한 무당층에선 결과가 달랐다. 이 조사에서 무당층은 전체 응답자의 약 18%를 차지했다. 그런데 무당층 대상 양자 대결에서 이 전 대표는 오세훈 시장, 유승민 전 의원에게 오차 범위를 넘는 차이로 뒤졌다. ‘이재명 대 오세훈’ 27% 대 36%, ‘이재명 대 유승민’ 25% 대 35%였다. 이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28% 대 33%, 이 전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30% 대 32%, 이 전 대표와 홍준표 시장은 28% 대 34%를 기록했다. 이 전 대표는 김문수 전 장관과 양자 대결에서 35% 지지도를 기록해 김 전 장관(27%)을 오차 범위(6.2%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차기 대선 후보로 지지하는 정치인이 없다고 응답하는 부동층은 한국갤럽 정례 조사에서 30%(2월 2주 차)→35%(3월 2주 차)→38%(4월 1주 차)로 오름세를 보였다.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 직전에 실시된 4월 1주 차 조사에선 이재명 전 대표 지지도가 34%를 기록했는데,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응답한 ‘의견 유보층’이 이보다 4%포인트 높은 38%로 집계된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런 조사 결과를 두고 조기 대선이 이 전 대표의 우위 구도로 시작됐지만 대선 캠페인 향배에 따라 무당층·중도층 표심이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 주자들이 무당층·부동층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선거전 막판에 접전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서 이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를 우려하는 유권자 일부가 무당층으로 이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통상 무당층은 투표 참여율이 낮다고 본다. 그러나 박 대표는 “최근 세 차례 대선 투표율이 70%대 후반대였다”라며 “조기 대선이 이 정도 투표율을 보이고 양자 대결 구도로 진행되면 무당층의 선택이 승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못 정한 무당층·부동층이 두꺼워지는 흐름을 두고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신호로 보고 대선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관련,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9일 SBS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최종 후보 한 명 아래로 결집하면 최소한 35% 이상의 힘을 낼 것”이라며 “이번 대선도 팽팽할 것이고, 무조건 이재명 전 대표가 유리하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