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마친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뉴스1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향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시장은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국민의힘 일부가 외연 확장보다는 강성 결집으로 나아가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이 같은 ‘전격선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불출마로 당이 중도 확장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12일 국민의힘 당사(黨舍)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낡은 보수와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한다”면서 “국민께 다시 신뢰받는 보수로 환골탈태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살가죽을 벗기는 수준의 고통스러운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보수 재건은 요원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기승전 반(反)이재명을 넘어서 약자를 위해서 헌신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또 “그래야 비로소 국민의 화가 녹아 내리고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뉴스1

당초 오 시장은 13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었다.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슬로건으로 중도층에게 소구하기 위해 서울시의 작은 골목을 출마 선언지로 낙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친윤계 의원들이 민심에 역행한다고 판단, 최근까지 국민의힘 지도부에 중도·외연 확장으로의 노선(路線) 변화를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참모진들의 의견이 갈렸지만, 결국 오 시장이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50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13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전격적인 오 시장의 불출마 배경에는 이 같은 한 대행 옹립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오 시장이 “지난 일주일간 당의 모습 지켜보면서 참으로 깊은 아쉬움과 염려를 지울 수 없었다”고 했던 것과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중도를 지향하지 않고 우리끼리만 뭉쳐 있는 정당에게는 기회가 없다”면서 “오 시장도 보수가 당 밖을 기웃거려서 대선을 치른다면 그 누가 대선에 나가더라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날 당내의 ‘한덕수 차출론’과 관련해서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서 스스로 결단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만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뉴시스

오 시장의 ‘백의종군’선언이 경선 판세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각 캠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 시장이 중도 외연 확장을 강조한 만큼, 당내에서는 ‘탄핵 찬성’ 쪽에 섰던 안철수 의원·유승민 전 의원·한동훈 전 대표 쪽으로 일단 시선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서 오 시장은 “‘동행·성장’이라는 저의 구상과 일치하는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라면 누구라도 도와서 정권 재창출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 시장의 결단은 당이 다시 일어서기 위한 희생”이라면서 “약자와의 동행은 당의 재선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고 썼다. 한동훈 전 대표도 이날 “오 시장의 쉽지 않은 결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오 시장이 당부한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은, 제가 출마 선언에서 말씀드린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 그리고 당 대표 시절부터 일관해온 ‘격차 해소’와 같다”고 했다.

‘탄핵 반대’ 의견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오 시장에게 손을 내미는 모양새다. 김 전 장관 측은 “오 시장의 고뇌에 찬 결단을 존중한다”며 “성장·약자와의 동행에 적극 동의하며 ‘이재명 집권’을 막는 정권 재창출의 대장정에 오 시장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홍 전 시장은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는 우리 당에 대한 충정”이라면서 “오 시장이 말하는 ‘다시 성장이다’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화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