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해외파병 중인 청해부대 44진 부대장 권용구 해군 대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국민의힘 대선 경선판을 흔들고 있는 ‘한덕수 권한대행 차출론’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직후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기존 주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양자 대결에서 두 자릿수 차이로 뒤지자 일각에서 “한 대행을 대선 후보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발(發) 통상 전쟁이 향후 몇 년간 최대 글로벌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통, 경제통’인 한 대행에게 자연스럽게 눈길이 더 쏠리게 됐다.

그래픽=김현국

국민의힘 관계자는 13일 “한 대행의 부상은 기존 당내 주자들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이 깊다”며 “민주당 이 전 대표와의 격차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안정감 있는 관료이자 대미 통상 전문가에 호남 출신인 한 대행이 대안으로 고려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주자들의 격차는 컸다. 한국갤럽·뉴스1의 6~7일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50% 내외의 지지율을 얻어 국민의힘 후보들을 20%p 안팎으로 이겼다. 한국갤럽·서울경제신문 4~5일 조사에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들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지난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력 후보였지만 토지거래허가제 번복,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연루 의혹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대안으로 떠오른 이가 한 대행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윤 전 대통령 탄핵 후속 대책 논의를 위해 한 대행을 만났다. 국정 운영을 위한 구(舊) 여권과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연스러운 만남이었지만, 당에서는 “지도부가 한 대행도 국민의힘 후보로 염두에 두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만남 이후 당 안팎에서는 한 대행 차출론이 흘러나왔고, 당에서는 한 대행을 포함시킨 자체 대선 여론조사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 여권 관계자는 “한 대행이 다른 후보보다 경쟁력이 있게 나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국무총리 출신인 한 대행이 윤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지난 8일 한 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임 2명을 지명하면서 차출론은 더욱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한 대행이 민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통령 권한을 행사한 것에는 정치적 포석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한 대행을 만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한 대행 대선 출마를 주장하는 분들이 많고, 저한테 물어봐 달라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지역적으로나 안정감, 풍부한 국정 경험이라든지 여러 면에서 좋은 카드”라고 했다. 한 대행은 이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해 통상 문제 등을 논의했는데, 이틀 후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한 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이냐’고 물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의향을 물은 건 좋은 시그널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 대행은 지난 11일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 대선 주자로 처음 등장했다. 제시된 이름 중 하나를 고르는 선다형이 아닌, 유권자가 주관식으로 지지하는 정치 지도자 이름을 말하는 방식이었다. 당사자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이 ‘한덕수 대선 후보’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 출마설에 대해 컨벤션 효과 등을 거론하며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성일종·박수영 등 일부 의원은 한 대행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의원 규합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의원 60명 안팎이 한 대행 출마를 지지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들은 한 대행 대선 출마 촉구 성명을 낼 계획이었지만, 지도부가 “경선 참여 후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자제를 요청해 취소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성일종 의원은 13일 성명을 내고 “한 대행은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