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친위 조직 더민주혁신회의가 집필한 ‘이재명의 준비’가 이달 17일 출간할 예정이다. 이 전 대표의 참모들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민주당 당대표에 이르기까지의 막전막후를 기록한 책이다. 책 전반부 이 전 대표의 일화들은 기존의 자서전에도 많이 다룬 내용이지만, 후반부 행정가로서 이 전 대표가 공무원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등에 대한 일화는 새로운 편이다.

◇두루뭉술하게 보고한 공무원에게 “업무 방해 말라”

책에 따르면 이재명 전 대표는 공무원들이 두루뭉술 보고하는 태도를 용납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기도지사 시절 예산 관련 회의를 할 때 한 기관장이 소요 예산 질문에 ‘0.2~0.5% 정도’라고 두루뭉술 답변하자 당시 이 지사는 곧바로 회의를 멈췄다고 한다. 그러고는 자료 한쪽 여백에 계산을 하더니 “지금 0.2%였을 경우와 0.5%였을 경우의 예산액 차이가 500억원이다. 정확히 얼마인가”라고 다시 물었다고 한다. 이 기관장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최종 결정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그 기관장은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했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이재명은 적어도 담당자가 자기 분야에서 넘겨짚듯이 말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이때 (이 지사에게) 나왔던 말이 ‘업무 방해하지 마라’였다”고 전했다. 또 이 전 대표에게 보고할 때 “같습니다”라는 말을 한 공무원이 쓰자 회의를 멈추고는 “왜 그런 표현 쓰나”라며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보고하라고 했다는 내용도 책에 소개돼 있다.

◇회의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

책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광역자치단체장 최초로 공무원들과의 회의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한 번은 회의를 쭉 진행하던 이 전 대표가 잠깐 멈추고 “댓글 좀 보자”고 하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담당자에게 “이거 가능한 건가”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이 회의 참석자는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죽을 노릇이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당사자의 말 한마디가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되고 있으니, 자칫 잘못했다가는 무능한 공무원이라는 인상을 남기기 십상이었다”고 했다.

책은 “선출직이 아니면 대부분 공무원의 이름도 알지 못하는데 유튜브 생중계 상황에서 정확한 답변을 한 공무원은 이른바 라이징 스타가 될 수도 있다. 댓글 중 특별사법경찰 관련 내용이 올라왔고, 이를 담당한 공무원이 실제 가능 여부와 집행 의지를 보여 칭찬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사후 시찰’은 몰래

이미 시행한 정책을 점검하기 위해 ‘사후 시찰’하는 내용도 있다. 계곡 정비 사업이 끝난 뒤 이 전 대표는 주말마다 불시 순찰을 나갔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도지사가 어디를 가면 그 누구라도 알 수 있고, 계곡이 도청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동하는 동안 동선이 알려질 수도 있었다. 도착 즈음에만 약속을 지키는 척할 수도 있는데, 상인들은 그러지 못했다”며 상인들이 알아채지 못한 ‘비결’로 “아내와 함께 둘만 가는 것”을 꼽았다.

또 산불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굳이 당 대표급 정치인들이 현장을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책은 적어 놓았다. 저자들은 “그들이 가야 그 지역이 주목을 받는다. 서울에서 기자회견으로 산불 피해 지원을 약속할 수도 있지만, 대신 언론 주목도가 낮아진다”며 “서울에서 상황을 보고받는 것과 현장의 요구가 다를 수도 있고, 생각지 못했던 문제점이나 어려움을 파악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재판받느라 취미도 없다는 이재명

이 전 대표가 재판을 하도 많이 받느라 취미가 없다는 내용도 있다. 책은 “성남시장 재임 이후 이재명의 ‘취미’가 무엇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답변하는 사람은 쉽게 찾기 어렵다”며 “취미가 없을 정도로 성남시정, 경기도정,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을 맡아서 이끌어 오느라 힘들었을 것이라는 추정만 할 뿐이지, 이 정도로 가혹한 재판 일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책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수년간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두 차례의 구속영장 청구, 100여 차례의 법정 출석을 했다. 수사에 동원된 검사는 70여 명이고, 현재 재판에 관여하고 있는 검사는 57명이다.

책에선 이를 ‘법정 연금’이라고 표현했다. 저자들은 “매일 각 방송사의 시사 방송을 빠짐없이 챙겨보는 사람들도 이러한 살인적인 재판 일정을 횟수까지 기억하며 알기는 어렵다”며 “하물며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일반 국민은 재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리 만무하다”고 했다.

◇“우산 들어주려 했지만 거절”

또 이 전 대표가 2023년 9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때 우산을 직접 들었던 것과 관련한 일화도 소개됐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단식 19일 만에 병원으로 이송된 후 치료를 받았고, 그 사이 국회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이 전 대표는 법원에서 왼손으로 우산을 들고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으며 나타났는데, 당시 지지자들이 참모를 향해 “우산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거세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당연히 들어주려 했지만 이 전 대표가 거절했다. ‘지팡이를 짚을 수 있다면 우산도 들 수 있다. 평상시에도 시키지 않은 일인데, 이제 와서 그런 걸 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