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5명이 경선 시작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과 연달아 만났다. 홍준표 후보가 15일 만찬을 함께한 것을 시작으로 16일에는 김문수·나경원·안철수·유정복 후보 등이 잇달아 오 시장과 식사를 하거나 차담(茶談)을 했다. 이들은 오 시장에게 “서울시 정책을 공약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 후보들이 서울시장만 4선을 한 오 시장 지지표가 이번 경선의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구애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오 시장 지지표가 이번 대선 경선의 최대 변수가 됐다”는 말이 나왔다.
김문수 후보는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오 시장과 아침을 함께했다. 김 후보는 오 시장에게 디딤돌 소득(생계 지원), 서울런(교육 지원), 미리내집(주거 지원) 등 서울시의 대표적인 복지 정책을 대선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오 시장이 훌륭한 정책으로 서울시민의 행복을 더 높이고 전 국민에게 좋은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시범을 보여준 것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오 시장 정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면 정부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나경원 후보가 오 시장 집무실을 찾아 차담을 했다. “우리 둘은 서울을 무대로 활동했던 정치인”이라며 오 시장과 인연을 강조한 나 후보는 “오 시장의 디딤돌 소득은 탈수급률이 8%가 넘는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본 소득은 격차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재정은 1년에 51조원이 들어간다”며 오 시장 정책을 치켜세웠다. 나 후보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드럼통’이 되고, 제가 되면 여러분 드림을 실현해 주는 ‘드림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드럼통은 온라인에서 이재명 전 대표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밈(meme·유행 콘텐츠)이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 시장과 점심을 함께하면서 둘이 ‘중도 확장성’에 강점이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번 선거가 보수·진보 양 진영이 똘똘 뭉친 상태에서 중도층 한 표를 더 가져오는 것에 승패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오 시장과 뜻을 같이했다”고 했다. 현직 인천시장인 유정복 후보도 오후에 오 시장과 차담을 하고 “수도권에서 이겨야만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며 “오 시장의 좋은 정책들을 국가 정책으로 키워가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후보는 다른 후보보다 앞서 지난 15일 오 시장과 저녁을 함께했다. 홍 후보 비서실장인 김대식 의원은 만찬 뒤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하면 보수 우파를 재건하고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특히 오 시장의 공약인 약자와의 동행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눴고, 그대로 받아 실천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경선 시작과 동시에 오 시장부터 만난 것은 국민의힘 진영에서 그가 갖고 있는 지지 표를 흡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6~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의 국민의힘 후보 지지도에서 14%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경선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 시장이 다져 놓은 국민의힘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 네트워크나 당원·지지층 지지를 누가 흡수하느냐가 경선 승부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오는 22일 여론조사로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1차 예비 경선은 물론 당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2차·최종 경선에서 오 시장 지지 표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동훈 후보와 오 시장 회동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도 조만간 만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한 후보 측과도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면서 “후보들이 오 시장의 정책 가치를 잘 반영해주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