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대선 경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17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념이 밥이고, 자유가 돈이다”라며 “이번 대선에선 헌법 가치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후보가 뽑혀야 하고, 그게 바로 나경원”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장경제란 3축 위에서 발전한 나라인데 이 시스템이 무너질 위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2002년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특보로 정계에 들어온 나 후보는 “23년간 5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다진 정치력과 한반도 종전 선언을 두 차례 막아낸 외교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나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선 후보를 겨냥해선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드럼통’이 되고, 제가 되면 여러분의 꿈을 실현해 주는 ‘드림통’이 된다”고 했다. 드럼통은 온라인상에서 이 후보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밈(meme·유행 콘텐츠)이다.

-대선 경선엔 처음 출마하는데.

“이번 대선은 ‘체제 전쟁’이라는 절박함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다. 나라를 ‘이재명의 민주당’에 넘겨주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온전히 존속할 수 없다. 국민 한 명이라도 더 설득해서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다.”

-대선 슬로건으로 ‘국익 퍼스트, 국민 퍼스트’를 내세웠는데.

“대한민국을 외부에 무방비로 내줬다는, 일종의 잘못된 PC(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비판을 슬로건에 담았다. 지금 한국만큼 외국인에게 천국인 나라가 없다. 외국인 근로자 임금도 한국이 일본보다 높은 수준인데, 우리는 내국인·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직도 외국인에게 개방돼 있다. 미국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자국 우선주의로 가지 않나. 우리도 국민과 국익만 따져봐야 할 때다.”

-일각에선 “우경화한 주장”이라고 비판하는데.

“국민과 국익을 우선하는 게 왜 우경화인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 ‘철 지난 얘기’라는 식으로 폄하하니까 나라가 이렇게 허약해진 거다. 이른바 ‘패션 우파’ 정치인들은 중도 타령만 하면서 제대로 한 게 없다. 현행법은 중국을 포함한 ‘외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고, 북한인권재단은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안 해 9년째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좌파들은 목표를 향해 전진할 때, 보수 진영은 눈치 보며 물러나기 바빴다. 그 결과 대한민국 체제에 위기가 찾아왔다. 이제는 이념이 밥 먹여주고, 자유가 돈 벌게 해준다는 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선 후보로서 강점을 꼽는다면.

“지난 23년간 민주당과 치열하게 싸운 ‘민잘알(민주당을 잘 아는)’ 정치인이 나경원이다. 20대 국회 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하면서 민주당이 추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도입되면 ‘민주당 하명(下命) 수사처’가 될 것이라며 반대에 앞장섰다. 그런데 이번 탄핵 정국에서 공수처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대선 출마설이 나오는데.

“‘이재명의 대한민국’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국민이 (다양한 후보를) 원한다면 정치인들도 열린 자세를 갖는 게 맞다. 다만 우리 당이 늘 ‘용병’을 선호하고 리더를 스스로 키워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1차 예비 경선 토론에서 이철우·한동훈·홍준표 후보와 한 조에 편성됐는데.

“한동훈 후보에겐 왜 우리 당이 탄핵을 반대했어야 했는지에 관해 정치 선배로서 가르쳐주고 싶다. 작년 7·23 당대표 선거 때 한 후보가 출마했기에 “여당 대표는 대통령을 사심 없이 뒷받침해 줘야지 차별화 욕심을 내면 진영 전체가 삐걱댄다”고 했는데, 결국 한 후보가 당대표가 돼 우려한 대로 되지 않았나.”

나 후보는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때는 출마를 검토하다가 대통령실의 반대로 뜻을 접었다.

-윤 전 대통령에게 서운했을 법한데 탄핵 반대 집회 등에 앞장섰다.

“나라고 (윤 전 대통령에게) 섭섭한 게 왜 없었겠나. 그러나 탄핵만큼은 안 된다는 절박함이 컸다. 좌파의 ‘보수 대통령 흔들기’ 시도는 이명박 정부 때 광우병 시위를 시작으로 계속돼 왔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야권은 대통령 조기 퇴진 집회를 178회 열며 대통령이 도저히 일을 할 수 없게끔 했다. 우리 당도 같이 싸워주지 않고 갈등을 빚다가 결국 대통령을 (12·3 비상계엄 후) 11일 만에 탄핵소추당하게 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보수 대통령은 절대 임기 못 채울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선을 치르면서 윤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이제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

-중도층 지지를 끌어낼 전략이 있나.

“중도층은 특정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 결국 정책으로 다가가야 한다. 외국인 임금 차등 적용, 상호주의에 기반한 중국인의 부동산 소유 및 투표권, 의료보험 혜택 관리 등을 공약한 것도 중도층을 염두에 둔 것이다. 공교육을 살리는 교육 개혁에도 힘을 쏟을 것이다.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 되는 서울시의 ‘서울런’ 시스템이나 대구 교육청의 ‘IB(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하고 수능 중심 입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자체 핵무장을 주장했는데.

“트럼프 미 대통령도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인정해 버린 마당에, 우리도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핵무장을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을 하면서 미국 조야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았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 조야를 상대로 한반도 종전 선언을 설득할 때 내가 미 측 인사들을 만나 진상을 설명하며 종전 선언을 막아낸 경험이 있다.”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은.

“‘1·4·5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임기 내 잠재성장률 1%포인트 상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세계 5대 경제 강국(G5) 진입을 뜻한다. 100조원 규모의 미래 성장 펀드로 우주·바이오·반도체·AI 기술을 확보하고, 한국판 ‘천인계획’으로 인재를 돌아오게 하겠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드럼통 사진’은 무슨 뜻인가.

“이재명 후보의 거짓말에 무감각해지고 체념에 빠진 유권자들에게 ‘이재명 정권’이 현실화하면 얼마나 무시무시한 세상이 펼쳐질지를 알려드리고 싶었다.”

☞나경원

서울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7년간 판사로 일했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권유로 정계에 들어와 17·18·19·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2018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21대 총선 때 서울 동작을에서 낙선했으나 작년 4월 22대 총선에서 5선에 성공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를 지냈다. 작년 7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3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