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한동훈·홍준표 후보가 21일 장외에서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전날 토론회에서 홍 후보가 한 후보에게 “뭐 하려고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고 질문한 게 발단이 됐다.
한 후보는 이날 YTN라디오에서 정치 경력이 짧다는 지적과 관련해 “저는 구태 정치 경험이 없다. 명태균 같은 정치 브로커와 엮였던 경험도 없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운 정치 경력을 앞세운 홍 후보가 최근 명태균씨 의혹과 관련해 이름이 거론된 것을 겨냥한 것이다. 한 후보는 “(저는) 다른 분들과 달리 탈당한 경험이 없다. 제가 특활비(특수활동비)를 집에 갖다준 경험도 없지 않나”라고도 했다. 홍 후보가 2020년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결과에 불복해 탈당해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한 전력과, 과거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 특활비 사용 문제로 논란에 휘말렸던 것을 언급한 것이다.
한 후보가 홍 후보를 겨냥한 공세에 나선 건 전날 있었던 토론회의 앙금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경선 후보 첫 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한 후보에게 “‘청년의꿈(홍 후보 지지 커뮤니티)’에서 질문해 보라고 해서 한다. 키도 큰데 뭐 하려고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고 물었다. 홍 후보는 이어 “생머리냐, 보정 속옷을 입었느냐는 이 질문도 (있지만)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하자, 한 후보는 “유치하시네요”라고 맞받았다.
토론회 후 한 후보 캠프 인사들은 홍 후보를 공격하고 나왔다. 한 후보 캠프 신지호 특보단장은 페이스북에서 홍 후보를 겨냥해 “눈썹 문신 1호 정치인이 이미지 정치를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며 “경상도 상남자인 줄 알았는데 하남자다”라고 했다. 한 후보 캠프 김근식 정무조정실장은 “당대표 지내고 대선 후보까지 한 분이 B급 질문으로 자기 시간 쓰고 있다”고 했다.
이에 홍 후보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려면 ‘이미지 정치하지 말라’고 한 질문을 못 알아듣고, B급 질문 운운하니 그 캠프에는 B급 인사들만 모여 있는 모양”이라며 “외모에 집착하고 셀카만 찍는 건 나르시시스트에 불과하다. 겉보다 속이 충만해야 통찰력이 생기고 지혜가 나오고 혜안이 생기는 것”이라고 썼다. 홍 후보는 그러면서 “정치 대선배 입장에서 ‘이미지 정치하지 말라’고 하면 얼마나 모욕감이 들겠나”며 “그래서 돌려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