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해광업공단. photo 연합

감사원이 한국광해광업공단(이하 광해광업공단)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조선 취재에 따르면 감사원 국민제안2국은 21일부터 5일간 광해광업공단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15일 취임한 황영식 신임 사장 추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황 사장은 광해광업공단 비상임이사로 재직 하던 기간 중 약 9개월 간 민간 광산업체의 사외이사를 겸직한 사실이 취임 직후 드러났다.

황 사장이 광해광업공단 비상임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이 회사는 공단이 모집한 국고보조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공단 안팎에서는 황 사장이 이런 사실을 숨기고 사장직에 응모했거나, 공단이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양쪽 모두 심각한 절차적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해광업공단의 한 현직 임원은 “21일부터 감사관들이 급히 회사로 왔다”며 “황영식 사장이 과거 공단 비상임이사 시절 다른 기업에서 겸직을 한 것과 관련된 감사가 들어온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국민제안감사2국은 부정청탁, 부패행위, 이해충돌, 청원 등 법령에 따른 외부 신고사항의 접수, 검토 및 후속조치 등 관리 총괄하는 부서다.

2021년 출범한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한국광물자원공사(이후 광물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합친 공기업이다. 해외 부실투자로 인한 누적 적자가 8조원인 광물공사의 부실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강원랜드 대주주인 광해관리공단과 합병해 손실을 줄이는 일종의 구조조정을 한 셈이다.

광해관리공단은 강원랜드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왔다. 2021년 합병은 이 흑자로 광물공사 적자를 메우기 위함이었다. 광물공사의 적자는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 개발사업의 실패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당시 광물공사는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해외투자사의 부도가 겹치면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한 광해광업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불어난 광물공사의 부채는 잠재적 손실을 포함하면 약 10조원에 이른다.

해당 관계자는 “광물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은 당시 사업 실패에 대해 정부가 질책성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두 기관이 통합됐지만 부채로 인한 재정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부실이 계속 커지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이 희토류를 둘러싼 자원전쟁의 성격으로 바뀌면서 광해광업공단을 하루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멕시코 볼레오 광산 사업 전까지도 광물공사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볼리비아 등에서 희토류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볼레오 사업 실패로 인한 부실화가 커지면서 해외 자원개발 사업 자체가 사실상 중단됐다. 자원업계에서는 광물공사가 당시 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들과 맺었던 MOU를 계속해서 추진해왔으면 지금의 희토류 전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려왔다.

​한국광해광업공단 감사실이 공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사원 국민제안감사2국의 감사가 진행됨을 알리는 안내문. photo 제보자 제공

비상임이사가 전문가?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대통령 공백기를 틈타 언론인 출신 인사를 지난 4월 14일 광해광업공단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4월 15일 취임한 황영식 광해광업공단 신임 사장은 1985년부터 2016년까지 기자 생활을 한 언론인이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이어 광해관리공단과 광해광업공단의 비상임이사를 지낸 경력이 있으나, 비상임이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사회에 참석해 거수기 역할을 하는 비전문가가 대부분이란 평가다.

때문에 업계 관련인들은 “황 사장이 역임한 공단 내 비상임이사는 직접적인 경영 판단, 정책 집행이 없는 직책”이라며 “전문가는커녕 관련 경험조차 있는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황 사장은 언론계를 떠난 후에도 비상임이사를 맡기 전까지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와 단국대 인재개발원 초빙교수에 재직하는 등 광물 산업과의 직접적 연관성은 옅다. 황 사장 임명 소식이 논란이 되자 그는 한 언론에 “논설위원을 오래했고, 자원과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공단 비상임이사 경력도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들여다보는 것은 황 사장이 취임 전 공단 비상임이사를 약 3년간 하면서 민간 광산업체 사외이사를 겸직한 사실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황 사장은 비상임이사 재직 중 약 9개월간 민간 광산업체의 사외이사를 겸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겸직 기간에 이 회사는 공단이 모집한 국고보조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사실이라면 심각한 이해충돌이고, 법적으로 갈 경우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물광업공단 내부에서는 “임원추천위원회가 이런 걸 걸러내라고 존재하는데, 이런 인사를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한 광물광업공단 인사는 “이해충돌을 넘어 수사대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광해광업공단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에 윤석열 정부 최고위급 인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한 언론사 입사동기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광해광업공단 현직 임원 A씨는 “황 사장이 사장직에 지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내에서는 ‘황 사장이 당연히 되겠구나’라는 인식을 임명 전부터 하고 있었다”며 “황 사장과 정권실세가 평소 ‘형동생’ 하는 사이라고 할 정도로 가깝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광해광업공단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전직 임원 B씨는 “정부가 광물공사가 위기 상태라는 인식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신임 사장이 비전문가인 데다가 정권실세의 후배라는 소식을 들으니 이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전직 임원 C씨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재가한 이번 인사는 광해광업공단의 재정적 위기와 국제사회 속 커지고 있는 광물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고 평가했다.

주간조선 취재 결과 이번 광해광업공단 인사에는 황 사장과 함께 광물공사 전직 임원이 최종 후보 2인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자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황 사장이 비상임이사 경력을 내세워 자원 전문가라고 주장한다면, 탈락한 지원자는 황 사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문가였다”며 “산업부에서는 후보만 올리고 최종 결정은 결국 위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윤석열 정부 막판 인사에 논란이 커지는 것은 권력 공백기라는 것 이외에도 이전 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 기조를 스스로 뒤집는 행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해광업공단에 쌓여있는 회사의 부채는 모두 전문성이 적은 전임 사장들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막대한 부채가 쌓이기 시작한 2012년부터 광물공사의 사장직을 맡은 이들은 모두 광물산업에 전문성이 부족했다고 한다. 2012년부터 사장을 역임한 고정식·김영민 전 사장은 모두 특허청장 출신으로, 광물공사 사장 취임 전까지 광물산업과 연관된 경력이 없었다. 통합 이후 광해광업공단 초대 사장을 맡은 황규연 전 사장 역시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무원 생활만 해왔을 뿐 광물 개발 관련 경력은 찾기 어렵다.

앞서 말했던 전직 임원 C씨는 “과거 멕시코 볼레오 사업을 추진하려는 고정식 사장에게 투자하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말렸으나 듣지 않았다”며 “광물공사 내 다른 처장들과 전문가들도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취임한 김영민 사장도 산업부에서 임명한 특허청장 출신이었는데 경영평가에서 꼴찌만 기록하다가 중도 해임됐다”며 “가장 최근에 부임한 황규연 전 사장도 섬유 분야에만 지식이 있을 뿐 광물 전문가가 전혀 아니었다”고 했다.

정부, 방치 지속해선 안돼

광해광업공단 한 직원은 “이번 신임 사장과 정권 실세와의 친분 여부를 떠나, 연이은 비전문가 임명으로 광물산업을 퇴보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10여년 전 공사가 추진한 멕시코 사업이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는 이를 명분으로 기업을 일방적으로 탓하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새로운 전략을 제공하고 다른 방향으로 투자 지원을 해서 손해를 메우고 광물산업 축소를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신임 사장 인사 외에도 사내 숙원 과제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는 황 사장이 광해관리공단 출신이라 예산과 혜택이 광해 분야 쪽으로만 몰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며 “광물공사 라인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왜 이쪽 바닥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 사장으로 오느냐’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재 공단 기획본부장에 임명된 인물에 대해서는 “대전시청에서 근무하던 분이 현재 기획본부장직을 맡고 있는데, 이분 취임 후 6개월 동안은 광물 관련 업무를 가르치는 데만 시간을 다 썼다”며 “과거 입었던 손실 복구는 둘째치고 당장 눈앞의 기본적인 사업 진행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외부 인사들과 학자들 역시 현 상황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모 교수는 “현재 광해광업공단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고 전문가 손길을 거쳐도 상황이 나아질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비전문가 출신이 포함된 임원단은 염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공단의 최우선적 임무는 과거부터 쌓여온 부채를 하루빨리 처분하는 것”이라며 “능력 있는 리더가 취임해서 확실하게 판단하고 처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황 사장의 신임 인사 적절성에 대한 질문에 광해광업공단 측은 “황 사장은 기자로 근무하던 시절 광물과 자원과 관련된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됐다”며 “자세한 면접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또 대통령 인사위원회 관여 여부에 대해 공단 측은 “황 사장 선임 과정과 대통령 인사위원회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6조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 인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의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규정돼 있고, 위원장은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겸임하도록 명시돼 있다. 산업부에서 후보자를 선정하고, 대통령실이 최종 승인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전문직 임원은 “인원 선정을 대통령실이 직접 하지 않았을지라도, 해당 후보자의 적절성을 최종 판단하는 것은 대통령실 인사위원회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황 사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고위직 인사는 주간조선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답이 없다가, ‘무슨 일로 전화했냐’는 답이 왔다. 이후 해당 내용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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