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후보 단일화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나왔다. 한 대행이 이번 주 대선 출마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경선 후보를 4명에서 2명으로 압축하는 2차 경선 투표(당원 투표+국민 여론조사)가 27일 시작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다수가 한 대행 등과의 ‘반(反)이재명 후보 단일화’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후보들이 ‘단일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고 나온 것 같다는 얘기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이 출마한다면 즉시 찾아뵙고 신속하고 공정한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이기려는 모든 세력과 손을 잡고 힘을 모아 대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사심 없는 단일화가 잡음 없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김 후보 캠프의 박수영 의원은 “경선 레이스 초반부터 (한 대행과) 단일화하겠다고 한 후보는 김문수밖에 없다”며 “(당 밖의) 다른 후보들과 함께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 방법으로 합의할 수 있고, 토론과 여론조사를 통해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행 등과 담판 또는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단일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후보. 국민의힘은 27~28일 2차 경선을 치르고 29일 결과를 발표한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래픽=박상훈

안철수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우리 당 후보와 함께 경선을 통해 최종 (단일) 후보를 뽑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그동안 한 대행의 대선 출마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날은 “무소속과도 단일화 경선을 할 수는 있지만, 단일화 대상이 한 대행 혼자라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훨씬 좋은 길”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방법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후보와 대결했을 때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방법으로 뽑혀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와 가상 양자 대결을 실시해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단일화하자는 주장이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한 대행과 단일화 토론을 두 번 하고 원샷 국민 경선을 하겠다”며 “그게 이재명 후보를 잡을 수 있는 길이라면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애초 한 대행과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던 홍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여론과 당원의 단일화 요구가 많다”며 “한 대행 파고를 넘어야 선거에 탄력이 붙는다”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도 지난 25일 TV 토론에서 ‘한 대행이 출마하면 단일화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아직 한 대행이 대선 출마 의사를 확실히 밝힌 것도 아닌데 단일화 방식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경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당 밖 인사와의 후보 단일화 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당원·지지자 사이에선 단일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83%가 “한 대행과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계엄·탄핵 충격파를 안고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범보수 진영이 이재명 후보와 의미 있는 싸움을 해보려면 ‘반명 빅텐트’ 구성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계엄·탄핵 찬반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통상 전쟁 국면과 맞물려 경제·통상 관료 출신인 한 대행은 연대해야 할 대상이라고 지지층이 보는 것”이라고 했다. 한 대행이 국민의힘의 불모지로 꼽혀온 호남(전북 전주) 출신이란 점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국민의힘 일각에서 추진하는 단일화 모델이나 빅텐트 모델은 도대체 어떤 일정과, 어떤 목표와, 어떤 방식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며 “유권자를 너무 얕잡아보는 것 아닌가라고 국민이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