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후보가 양손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남강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2022년 대선에 이어 두 번째, 당내 경선까지 합치면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당의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전국 누적 득표율 89.77%로 결선 투표 없이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김동연 후보는 6.87%, 김경수 후보는 3.36%를 얻었다. 90%에 육박하는 경선 득표율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최고 득표율로, 김대중(78.04%) 전 대통령과 박근혜(83.97%) 전 대통령의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다. 앞선 충청·영남·호남권 경선에서 90% 전후의 득표율을 유지했던 이 후보는 이날 수도권·강원·제주에서도 91.54%의 표를 얻었다.

이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국민들은 저에게 압도적 정권 탈환을 통해 내란과 퇴행의 구시대를 청산하라고 명령했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이재명은 내란 종식과 위기 극복, 통합과 국민 행복을 갈망하는 모든 국민의 후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들(구여권)은 민주공화정을 부정하고 군정을 통해 영구집권 하겠다는 친위 군사 쿠데타까지 저질렀다”며 “불평등과 절망, 갈등과 대결로 얼룩진 구시대의 문을 닫고,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역대 어떤 대선 후보보다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170석 거대 여당(민주당)이 주도하는 입법부에 대해서도 강력한 지배력을 가진 정권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28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반도체 기업 간담회,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2022년 대선 당시 처음으로 과거 자신이 비판해 왔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통합 정부’를 약속했었다.

◇“구시대 문 닫고, 대통합으로 국민 행복 시대 열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수락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통합’이었다. 총 14회였다. 반면 ‘단죄’ ‘처벌’이란 단어는 없었다. ‘이재명은 피바람을 몰고 올 위험한 사람’이라는 중도·보수층의 거부감을 불식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구(舊)여권을 ‘과거’ ‘퇴행’으로 규정하고 ‘내란 종식’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날 연설에서 ‘내란’은 8회 언급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의 대선 출마도 ‘내란 행위’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89.77%의 득표율로 1위를 확정 지었다.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 후보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지지자들을 향해 "압도적 정권 탈환을 하겠다"고 외쳤다. 이날 연설은 프롬프터를 활용해 29분간 이어졌다. /남강호 기자

이 후보는 이날 “이재명은 민주당의 후보이자 모든 국민의 후보”라며 “민주주의 복원이, 성장 회복이, 격차 완화가 국민 통합의 길”이라고 했다. 연설 후 백브리핑에선 향후 인물 영입 방향에 대해 “친소 관계 구분 없이, 실력 중심으로 최대한 넓게 사람을 쓰겠다”며 “향후 선대위도 넓게, 많은 사람이 함께하게 하겠다”고 했다. 진보당과의 선거 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진보당이 후보를 내는 당인가? 몰랐다”며 “진보당이든 보수당이든 내란 극복과 헌정 질서 회복에 뜻을 함께하는 분들은 최대한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의 수락 연설에는 ‘미래’와 관련된 내용도 많았다. 그는 미국의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최근 AI(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언급하며 “더는 과거에 얽매여, 이념과 사상 진영에 얽매여, 분열과 갈등을 반복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어 “더 큰 퇴행과 역주행으로 국가 미래를 망칠 여유도 없다”며 “먹사니즘의 물질적 토대 위에 잘사니즘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진짜 대한민국’으로 도약하자”고 했다. ‘진짜 대한민국’은 그가 이번 경선 때 경제 성장 등을 통해 한국을 세계를 주도하는 미래 강대국으로 만든다는 의미로 쓴 단어였다. 그는 이에 대해 “전 세계 AI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몰려오는 첨단 산업 강국, 세계인을 울리고 웃기며 콘텐츠의 세계 표준을 다시 쓸 문화 강국” “통합과 조화의 ‘잘사니즘’ 행복 국가”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은 미래와 과거의 대결, 도약과 퇴행의 대결, 희망과 절망의 대결, 통합과 분열의 대결”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국민의힘을 ‘과거’ ‘퇴행’ ‘절망’ ‘분열’로 규정한 것이다. 이 후보는 백브리핑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한덕수 대행에 대해 “심판을 하고 계신 분이 선수로 뛰려고 기회를 노리는 것 아닌가”라며 “헌법 파괴이고 그 자체가 사실상 내란 행위”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정치를 시작한 계기를 말하는 대목에선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성남시의료원 설립이 좌절된) 2004년 3월 28일 오후 5시, 저는 성남시청 앞 주민 교회 지하 기도실에서 눈물을 훔쳤다”며 “부정한 기득권자들이 좌절시킨 시립 공공 병원의 꿈을 이루려고 성남시장 출마를 결심했고, 10년이 지나 마침내 성남시장이 되어 성남시의료원을 설립했다”고 했다. 또 “그동안 단 한 번의 쉬운 싸움도 없었다. 당원 동지와 국민들께서 상처투성이로 쓰러지던 저를 일으켜주셨다”고 할 때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압도적 정권 탈환을 하겠다”며 수락 연설을 마친 뒤 당원들에게 큰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