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차지철 쏘며 "건방져" 한마디/"이 버러지같은 " 당시 합수
부 발표 부인/내게도 총 겨누었지만 총알 떨어져 살아/전두환사령관 "
보약먹어라" 백만원 전달 궁정동의 그때 그사람 이 14년만에 입을
열었다. 79년 10.26사건 당시 궁정동 만찬에 참석했던 가수
심수봉씨(38.본명 심민경)가 7일 오후 SBS 주병진쇼 (10일
밤 서울 운형궁스튜디오에 나와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박정희대통령이 저
격되던 역사의 순간을 자세히 털어놓은 것. 심씨는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김재규가 총을 쏠 당시 각하를 똑바로 모십시오 이 버러지
같은 자식을 데리고 정치를 하니 올바로 되겠습니까 와 같은 말을 할
새가 없었으며,그가 발사직전 내뱉은 말은 건방져 한마디밖에 없었다
"고 증언,당시 합수부의 발표내용중 일부를 부인했다. 그는 "김재규는
박 대통령에게는 아무말도 않고,차지철을 쏜후 바로 총구를 대통령에게
로 향했다"며 "대통령이 총에 맞았다는 것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이
모든 일이 순간적으로 일어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녹화장서
밝힌 총격순간의 정황-. "분위기가 어색해 내가 먼저 그때 그사람
등을 부르고 차지철 경호실장을 다음 순서로 지명했습니다. 차 실장
에 이어 당시 동석했던 미스 신(당시 여대생)이 사랑해 당신을 을
부르는데 내 기타반주와 음이 잘 맞지 않아 여러번 다시 불렀습니다.
이때 갑자기 건방져 라는 고함소리와 함께 총소리가 났습니다." 심씨
는 "차지철에 이어 총을 맞은 박 대통령은 한참동안 자세를 흩뜨리지
않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며,"미스 신이 괜찮으냐 고 묻자 나는 괜
찮아 라고 똑똑히 대답,총을 맞은 사람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
씨는 "총에 맞아 쓰러진 박 대통령을 내가 부축했는데 크르륵 하며
가래끓는 소리를 내는 걸 들었다"며 "그를 부축하며 마치 종이를 든
것처럼 가볍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시대를 이끈 거인 이 사라지
는 순간은 이런 것이었다. 그는 "얼마후 김재규가 경상을 입고 달아났
다가 돌아온 차지철에게 또 총을 쏘았으며,이어 박 대통령의 머리를 다
시 쏜후 그를 부축한 나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고 회상하고,"그러나
총알이 떨어져 나는 살았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씨는 그
후 1주일동안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조사를 받았으며,"이 일에 대해 무
조건 모른다"고 말하라는 명령 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한번은 신씨와
함께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불려간 적도 있는데
그때 전 사령관이 "고생많았으니 보약 사먹으라"고 1백만원이 든 봉투
를 주었으며,이중 60만원으로 진짜 보약을 사먹었다고 심씨는 말했다.
심씨는 "79년 10월26일 TBC 쇼쇼쇼 녹화가 있는 날이었는
데 갑자기 청와대에서 기타를 준비해 오라는 연락이 와 출연을 취소하고
갔다"며 "사건 며칠전부터 꿈속에 육영수여사가 나타나 뭔가를 박 대
통령에게 전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궁정
동 안가에 가보니 나물과 시바스리갈(양주) 등으로 술상이 차려졌고 박
대통령은 TV뉴스에서 당시 신민당 총재직을 물러난 김영삼 현 대통령
이 외국인사와 만나는 장면이 나오자 몹시 언짢아했다"고 말했다. 심
씨는 "사건직후 궁정동 만찬장에 불려갔던 가수 심수봉은 얼굴이 못생겨
병풍뒤에 숨어서 노래를 불렀다는 헛소문까지 떠돌았다"며 "이는 터무
니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5공시절,노래 무궁화 의 방송이 금지
됐고 출연정지까지 당했던 것에 대해서는 "고 박정희대통령을 연상시킨다
는 이유 때문이라고 전해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79년 당시 사건현
장에 있던 사람들중 생존자는 심씨와 신씨,그리고 김규원 전 청와대 비
서실장 등 세사람.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는 신씨와는 사건직후
에는 자주 만났지만 요즘은 거의 못만나고 있다고 심씨는 말했다. 박
대통령 유가족과는 전혀 교류가 없었다가 91년 근영씨가 안부전화를 걸
어왔으며,그후로 감정의 앙금은 이제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심씨의 요즘
심경이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격동의 역사현장에 휩쓸려 버렸던 한
여가수는 이제 그때의 충격을 훌훌 털어버린 것 같았다. 녹화장에 나
와 당시를 회고하는 심수봉씨의 표정이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입력 199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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