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 대본소용 출간후 금서판정/"무협소설은 답답한 현실 탈출구"
"학비를 조달할 목적으로 이 책을 썼는데, 5공초 보안사에서 이
적표현물로 판정해 금서로 만들었고, 그바람에 저는 2년동안 감옥
에 있어야 했습니다." 한국 무협지 사상 최초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기록될 듯싶은 정치적 필화사건의 주인공 박영창씨(37). 그가 쓴
문제 (?)의 작품 무림파천황 이 최근 만화대본소용이 아니라 서점
판매를 위한 정식 단행본으로 도서출판 천마에서 재출간됐다. 78년
연세대 신학과에 입학한 뒤 아르바이트로 무협지 번역에 손을 댔던 작
가는 81년 무림파천황 을 집필, 만화대본소용으로 내놓았다. 정파(
정파)와 사파(사파)가 무림의 주도권을 놓고 치고 받는 이른바 전형적
인 무협소설이다."80년 서울의 봄 때 학교의 운동권에 관여한 탓에
안기부에서 조사를 받고 훈방됐는데 그이후 누군가 제 무협소설이 사상적
으로 의심스럽다고 보안사에 신고를 했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
두르는 사파에 대한 묘사가 군사정권을 빗대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받은
것. 결국 무림의 대립구도를 변증법의 논리로 풀이한 부분 과 계급
모순 등의 일부단어 가 문제가 됐다. 물론 당국의 일방적인 소설해석이
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희극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작가는 83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뒤 녹정기 천룡팔부 동방
불패 등을 번역하면서 무협지 평론도 발표해왔다. "무협소설은 답답한
현실에서 하나의 탈출구 역할을 합니다. 80년대 들어 잠시 주춤했던
무협소설이 영화 동방불패 등의 성공으로 최근들어 다시 독자를 모으
고 있습니다." 박해현기자
입력 1993.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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