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심하게 흔들 "왜이럴까" 순간 "꽝" 추락/정신들자 차에
물가득 깨진 유리창통해 탈출/널빤지 붙잡고 허우적 탈진직전 구조대
손길 안암국교 동료 교사들인 김민자(38.여) 최정환(54) 윤현
자(60.여) 박정애(41.여)씨 등 4명은 21일 최씨의 르망승용차
를 같이 타고 출근하다 사고를 당했다. 이중 김-박씨는 구조돼 목숨을
건졌으나 윤-최씨는 사망했다. 다음은 김씨가 전하는 사고 순간. 편
집자주 2년전부터 동료 교사들과 함께 카풀로 출근해 왔다. 오늘도
7시30분쯤 강남구 삼성동 승미아파트 앞에서 윤선생과 같이 최선생
차에 탔다. 나는 운전석 바로 뒤쪽, 윤선생은 내 오른쪽에 탔다. 5
분후 박선생이 청담동 경기고등학교 앞에서 운전석 오른쪽에 탔다. 평소
에는 이야기도 하면서 즐겁게 차를 타고 갔는데 오늘따라 윤선생이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어서 나는 책을 읽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별 말이 없었다. 10여분쯤 지나 성수대교 앞에 도착했다. 성수대
교에 들어선 뒤 얼마안돼 차가 몹시 흔들렸다. 노면이 울퉁불퉁하고 기
복이 심한 것 같았다. "왜 이럴까"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순간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앞이 캄캄해졌다. 순간적으로 접촉사고가 난 줄 알
았다. 그러나 갑자기 차가 밑으로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차
리고 보니 차 앞머리가 강물에 잠기기 시작했고 물이 차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숨이 막혀 차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 차안을 더듬어보다가 운전석 옆자리 유리창이 깨져 있는 것을 발견,
그쪽으로 빠져나왔다. 물속에서 역시 차밖으로 빠져나온 최선생과 같이
서로 부둥켜잡고 위로 올라가려고 발버둥쳤다. 최선생은 나이도 많고
수영을 하지 못해 점점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작년에 수영을 조금
배워 가까스로 물위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 종교교회에 오래 다닌 신자였지만 이날처럼 간절하게 하나님을 찾은
적이 없었다. 허위적거리고 있는데 널빤지가 나타났다. 죽을 힘을 다해
널빤지를 붙잡았다. 20여m 앞에서 구조대원이 "수영을 할줄 아느냐
"고 물어왔다. "잘 못한다"고 대답하자 배를 타고 다가와 끌어올려줬
다. "이젠 살았구나." 내려앉은 다리(상판)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 사고가 난지 15분쯤 지난 것 같았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동료
교사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 옆에 있던 윤선생은 차가 물속
에 잠긴 뒤 앞좌석 등받이에 머리를 대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미처 빠
져 나오지 못한 것 같다. 8시45분쯤 혜민병원 응급실에서 역시 가
까스로 살아나온 박선생을 다시 만나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 5학년
4반 우리반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다릴텐데 .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김씨의 남편 이수동(40.효창동 금양국 교사)씨가 눈물을 흘
리며 사고순간을 전하는 김씨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정리=김기철기
자
입력 199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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