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박정희대통령 시해사건 현장에 관한 기존 정설을 뒤엎는 회
고록 사랑 밖엔 난 몰라 (문예당간)를 출간한 가수 심수봉이 29일
오전11시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심수봉은 "역사
의 진실을 뒤늦게라도 정확히 글로 짚고 넘어가 후련하다"며 밝은 얼굴
로 질문에 답변했다. -사건 후 15년이나 지난 지금 비로소 그날
일에 대해 입을 연 이유는 뭔가. "갑작스런 것은 아니었다. 그간
궁정동사건을 다룬 방송프로등을 볼 때마다 저게 아니었는데 하는 답
답함과 안타까움을 느껴왔다. 나는 지난해 4월 사건 이후 대통령이 몇
번 바뀌고 나서야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TV토크쇼에 출연해 가
슴에 담아두고 있던 일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책은 지난해 10월부
터 준비, 1년2개월만에 낸 것이다." -사건 이튿날 합동수사본부의
조사를 받을때 그들이 시키는대로 증언했다는데. "수사관들은 김재규
씨의 얘기를 일률적으로 밀고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김씨가 증언한
내용대로 물으며 이랬다고 그랬죠? 맞죠? 하는 식으로 몰아붙
였다. 번복하면 신경질 내는 위압적 분위기였다. 하라는대로 증언할 수
밖에 없었다. 이상하게도 김계원씨가 증언했다는 내용은 부인해도 받아들
여졌다." -그간 정설은 궁정동 연회에서 김재규가 총을 쏘기전 대통
령과 말다툼을 했고,차지철에겐 버러지 운운했다는 것이었다.그런
상황이 전혀없었나. "김씨는 전혀 입을 열지 않았었다. 전에 본 그
와는 전혀 다르게 표정이 경직돼 있었다. 그런 대화가 있었다면 총격전
후 우리(심수봉과 신재순)가 다른 방으로 옮겨져 있을 때 무슨 영문
인지 전혀 몰라 당황하며 그토록 공포에 떨지는 않았을 것이다." -
그날 이전에도 박대통령을 몇번 접한 것으로 아는데, 인간적인 감정은.
"노태우대통령이나 전두환대통령보다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마
지막엔 그런 비극이 일어날 상황이 됐다. 나도 당시 대학생이었지만 .
권력에 너무 욕심부리고, 무리를 해서 그랬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존경받을만한 면이 적지 않았다." 심수봉은 "사실 이 책은 한 여자
로서 지난 인생의 구겨졌던 과거까지 그간의 삶을 적나라하게 고백한 것
이며, 궁정동 사건은 전체 내용중 10분의 1도 안된다"며 "중간에
몇번이나 그만두려 했지만, 지난해 10월에 결혼한 남편이 진실만한
무기는 없다 며 힘을 줘 세상에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권혁종기자
입력 1994.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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