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카 여사의 회색수트 포함 1000여점 소장 우리나라 양장(
양장)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이 생겼다. 국제복장학원
의 신혜순(신혜순)원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현대의상박물관 (02-3
19-5497, 매주 화-목 오전 10시~오후 4시 개관). 지난
9일 퇴계로 2가 구국제복장학원 자리에 문을 연 이 박물관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유명인들이 입던 옷들이 수두룩해 더욱 눈길을 끈다.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여사가 34년간 즐겨 입던 회색 수트(1
958년), 윤보선 대통령 부인 공덕귀 여사가 입던 반팔 린넨수트(1
959), 미스 코리아 오현주씨가 세계 미인대회에서 입은 아리랑 드
레스( ),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가 68년 닉슨 대통령 취임 연주회
때 입었던 푸른 색 연주복, 탤런트 김혜자씨가 이디오피아 난민들에게
구호금을 전달하면서 입었던 원피스 등이 각 연대별 유행과 특징을 보
여주는 옷들과 함께 유리장 안에 전시돼 있다. "60년대 초 뉴욕의
FIT 패션스쿨에서 공부하면서 그들이 갖고 있던 의상박물관이 늘 부
러웠습니다. 62년부터 나중에 박물관을 열 생각으로 옷을 수집하기 시
작했지요." 이왕이면 역사 와 이야기 가 얽혀 있는 옷들을 소개하
고 싶어 주변의 유명 패션디자이너와 유명인사들에게 꾸준히 기증을 부탁
해온 그는 양장도입 1백주년이 되는 올해 그 뜻을 이룰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한다. 신씨가 이제까지 수집한 의상은 1천여벌. 1
810년 만들어진 남자 양복, 19세기말 선교사 부인이 입던 정장에서
부터 지난해의 디자이너 작품까지 망라돼 있다. 6.25전쟁 전후 가난
했던 시절의 검소한 옷들도 적지 않지만 박물관 규모가 1백여평에 지나
지 않아 지금은 비교적 화려하고 특징적인 옷 55점밖에 전시하지 못했
다. 앞으로 전시장 규모를 늘려 소장품을 시대별-테마별로 분류해 소
개하는 것이 신씨의 소망이다. "미국의 스미소니언박물관처럼 역대 영부
인의 의상을 빠짐없이 전시하고 싶다"는 것도 계획 중 하나. 1년전
역대 영부인에게 의상 기증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답변이 온 것
은 김영삼 대통령 부인 손명순여사 뿐이었다고 말한다.
입력 1995.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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