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청소년 자살률 선진국중 최고/"남자다움 강요하는 분위기탓" 자
성 "럭비를 못하는 사람은 남자 가 아니다."풍부한 물자와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뉴질랜드. 지상낙원으로까지 불리는 나라지만 청소년
자살이 매우 높다는 사실은 또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유엔이 전세계
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뉴질랜드의 청소년 자살률은 선진공
업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15~19세의 청소년 10만명당 1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같은 수치는 한국의 3.8배, 일본의 4배,
미국의 1.4배이며 이웃나라 호주보다도 50%가 더 많은 것. 1
5~24세의 청소년 사망원인 가운데 자살은 교통사고에 이어 2위를 차
지할 정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도 일부러 목숨을 끊기 위
해 절벽이나 막다른 곳으로 질주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자살률은 더 높
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중요한 것은 이 가운데 남자가 여자보다
자살률이 6배가 높다는 사실. 뉴질랜드의 많은 전문가들은 힘센 남자
를 지나치게 숭배하는 풍토 때문에 청소년들이 자살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이 가장 격렬한 스포츠인 럭비.
뉴질랜드인들은 럭비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뉴질랜드 럭비팀은 세계최
강이며 부모들은 아들이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럭비공을 쥐어주며 남
성다운 남성 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맥주를 잘 마시는 남자 역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가톨릭 신부이자 인기 라디오 토크쇼의 사회자인 레
버렌드 도넬리씨는 "우리 청소년들은 끊임없이 남자다움 에 대해 평가
받고 있다"며 "이들은 럭비와 맥주를 숭배하도록 강요당한다"고 지적했
다.이런 사회분위기에서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듣는 청소년은 가족이나
친구,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고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죽음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희섭 기자
입력 1995.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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