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씨(58)의 친오빠인 성일기씨(62)는 15일
오후 6시부터 3시간동안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과 혜랑(60),혜림
씨 등 두동생을 포함한 집안의 내력과 혜랑씨의 소설,자신의 빨치산 활
동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털어놨다.

시종 상기된 표정의 성씨는 특히 만석꾼을 자랑하던 과거 집안의
부와 자신의 빨치산 활동을 설명할 때는 지나간 과거가 생생한 듯 상기
된 표정이 역력했다.

성씨는 이번 탈북사건과 관련, "북한사회의 내적 모순을 드러낸 것
으로 체제붕괴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나름대로 진단하면서 "16일
이 김정일 생일인데 김이 악이 바쳐서 (두동생을 잡기위해) 온갖 수단
을 다하지 않겠느냐"고 내내 이들의 안전에 대해 걱정했다.

◇ 가문내력
경남 창녕군 대지면 석리가 집안이 대대로 살아온 고향인데 성씨
집안은 석동집으로 불렸다.

보리 2모작까지 합치면 1만6천석의 만석꾼이었으며 가장 잘 살때인
1930년대에는 비행기를 전세낼 정도였다.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축적된 집안의 부는 일제시대 지주였던 큰 아
버지 때 최고에 달했다.

해방직후부터 6.25 동란 이전까지 장택상,박헌영,이태준,김태준,이
승엽,허헌,이주화,이강국,백남운,박문규,정낙종,조두헌, 시인 모윤숙씨
의 후배인 김수임씨 등 유명인사들이 집안을 드나들었다.

장택상씨와는 친척관계로 그의 서울 종로구 수표동 집에도 여러차
례 놀러갔고 그와는 6.25 전쟁후에도 많이 만났다.박헌영씨도 성씨집에
자주 왔었다.

집안은 창녕 성씨 흥양공파로 할아버지 성낙문씨 아래 윤경, 유경
두 아들이 있었고 부친 유경씨는 1남5녀를 낳았다. 작은 할아버지
성낙교씨는 아들이 없었던 관계로 부친 유경씨가 그 집에 입양을 갔고
그래서 호적상으로는 성낙교씨의 아들로 돼있다.

어머니 김원주씨는 후처였는데 본처인 아석현씨(가명)와 아버지 사
이에 화자, 혜주, 희주 등 세딸이 있었다. 후처인 어머니 사이에서
서방으로 탈출한 두동생과 같이 태어났다.

시인 모윤숙씨는 어머니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아내는
생물과 2년을 마친 뒤 의대로 전과하려다 실패해 중퇴했다.

성씨는 지난 74년 원단을 수출하는 성일산업이라는 무역업체를 차
려 76년 당시 수출액이 2백만불,종업원 3백90명으로 국내 자수직물업종
중 가장 성가를 누린 업체중 하나였는데 친구를 도와주다 일이 잘못돼
부도를 냈다.

◇ 혜랑씨의 소설
혜랑이 탈고한 소설은 낙동강 이서지방의 최씨 가문을 중심으로 펼
쳐지는 박경리씨의 소설에 못지않을 것 같다. 소설의 연대는 30년대부
터 탈출시점인 지금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토지가 박씨의 필력에 의존해 쓰인 소설인 반면 동생의 소설은 필
력이 다소 떨어지겠지만 봉건집안의 몰락을 사실적으로 쓴 소설이다.

신세대교육을 받은 어머니와 좌경사상에 감염된 아버지 유경씨와,
그리고 성씨의빨치산 활동, 혜림씨가 북으로 넘어가서 김정일과 있었던
비화 등을 담아냈다.

◇ 빨치산 활동
49년 2월16일 월북,아버지의 친구인 박문규씨 집에서 3개월동안 지
낸뒤 5월께 강동정치학원 강사로 있는 어머니를 만났다. 그리고 회령
제3군관학교(교장 오진우)에 1기생으로 입대해 훈련을 받고 6.25직전
강원도 철원 사창리에 있는 연선 빨치산으로 편입(766부대)해 실습을
받다 경기 가평 화악산,명지산,매봉 등지에서 활동했다.

50년 6월24일 강원 양양을 출발해 경북 울진에 도착, 활동하다 창
녕에 있는 집에 잠시 들렀다 체포됐다.

당시 남도부 부대에 있었는데 `차진철'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빨
치산 노래와 가고파,목동의 노래, 산유화 같은 노래들도 빨치산 활동을
하며 불렀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함께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거의 죽었다.

옛날 한강가에서 투신한 여자로 유명한 지춘란이란 `빨로(팔로군)'
출신 여자도 함께 활동했다.

성씨가 역임한 최고 직책은 대좌,즉 지금으로 말하면 대령이었는데
휘하병력이 가장 많을 때는 2백50명이었다.

그러나 보위부에서 정해준 정식계급은 아니었고 급박한 상황에서
현장에서 주어진 계급이었다. 보급투쟁은 주로 울산의 얼음골, 남명리
등지로 기습적으로 나가곤 했다.

성씨가 속한 부대는 완전히 고립된 상황에서 가장 오래 버틴 부대
였다. 체코,유고에서도 예전에 성씨 부대를 많이 연구한 것으로 알려
졌다는 것.

탄약은 주로 탈취해서 사용했고 독일제 모젤권총과 칼빈총을 사용
했으며 물자는 비교적 풍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