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완공…치열한 유치경쟁 속 나스-아부쿠마 부상 ###..
일본의 수도가 바뀐다. 가 망하고, 제2의 가 탄생한다는 말
이다.
어제 오늘 나온 말은 아니다. 우선 과밀 문제가 대두한 60년대
나와 파문을 일으켰다. 「다극분산」 슬로건 속에 80년대말에도 나왔고 또
다시 파문이 일었다. 이번 수도 이전 소동은 92년부터 시작됐고, 「제3의
물결」에 해당한다. 제3의 물결은 92년 「국회등 이전에 관한 법률」에 기
인한다. 과거와 달리 조사회가 결성됐고, 지난해 12월13일 최종 보고서
가 나왔다. 역대 소동에 비해선 가장 실현에 접근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이전 찬반논쟁이 마무리 안된 상태다. 반대론 대표주자
는 당연히 다. 중앙정부 기능 분산 및 지방자치 활성화, 규제완화가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그런 작업 없이 수도만 옮긴다면 인구집중과 교
통혼잡으로 엉망이 된 또다른 가 생겨날 뿐』이란 주장이다. 이전 찬
성론자들은 『현실을 보라』고 말한다. 『지방 활성화, 규제 완화도 중요하
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힘을 가진 정치인, 관료, 재계가 꼼짝도 안한다.
수도 이전이란 초강력 조치가 있어야만 반대세력을 누르고 지방자치 등
을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논란 속에서 탄생했음인지 수도 이전 최종 보고서는 아리송하다.
「98년까지 이전지역 결정, 2010년 완공」만이 확실하다. 올해중 국회에
제출될지도 의문이다. 저명한 평론가 사카이야씨는 수도 이전을 지지하
지만, 성공가능성은 「반신반의」가 아닌 「3신7의」라고 말한다.
//// 지방자치단체 70"이전 찬성" ////.
그러나 이전 법안은 제출되면 압도적으로 통과한다. 와 수도권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찬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후다. 법안 통
과는 본격 갈등의 시작일 뿐이다. 일본 전국이 『적임지는 우리 마을』이
라며 치열한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지방의 필사적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첫째 경제적으로 25조엔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보다 먼 곳으로 수도가 이전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지방들은 「사태악화」를 막자는 차원에서 뛴다. 예를 들어 북쪽끝
에 있는 홋카이도(북해도)는 수도 유치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적어도
동쪽으로 이전할 것을기대한다. 반면 남단의 오키나와는 서쪽이동
을 기대한다. 싸움은 수도 유치와, 동-서 끌어당기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눈많은 니가타현은 신수도 9개조건중 6항에 「특별 호설지역은 제외」
란내용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안뒤 엄청난 로비를 벌였고,「호설지역」이
란 표현을 「자연재해」로 바꿔놨다.
5월말 조사에 따르면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47개 도도부
현중 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곳은 26지역, 조건부 찬성은 6개 지역이다.
즉지자체 70가 찬성이다. 반면 반대하는 것은 를 중심으로한 수도
권 7개 지역이며, 교토(경도)등 8개지역이 유보중이다. 이전 찬성지역중
가장 가능성 높고 열심히 뛰는 곳이 나스, 아부쿠마, 기후현이다.
도치기현에 속한 나스는 동북부, 구릉과 고원이 펼쳐진 지역이
다. 도호쿠(동북)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있고 신칸센이 통과해 교통이
편리하다. 신칸센역을 중심으로 7만㏊,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부근에는
4백㏊ 국유지가 있다. 시험장 부지등 4천5백㏊ 공용지도 있
어서 부지 확보면에서 유리하다. 『신수도 건설 명령만 내리십시오』 하고
호언한다. 나스 지역이 내세우는 것은 수려한 환경. 지난해 6월 「미래-
첨단 도시」란 주제로도시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수도 유치를 위해 올
5월15일 주제를 「자연도시」로 바꿔버렸다. 그리곤 『나스에는 숲과 호수
가 있다』고 홍보한다. 국회의사당 축소 모델 「기지도군」(의사당군)을 만
들었고, 결혼식이 열리면 식장입구에 등장한다.
또다른 후보지 아부쿠마는 『신수도의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고 자부
한다. 라이벌인 나스 북쪽에 있다. 후쿠시마-이바라키현에 걸쳐있는 아
부쿠마는 지반이 단단하고, 지진이 없다는 것이 최대강점이다.
공항을 포함, 교통망도 충실하다. 후쿠시마 현의회는 2차례 유치결의
를 했고, 지난 2월 유치활동을 총괄할 「수도권 유치조직」을 발족시켰다.
4월27일 후쿠시마에서 등산을 즐기던 왕세자 부부에게 사토지사가 접
근했다. 『저기 보이는 산들이 수도 이전 후보지인 아부쿠마입니다』. 사
안이 민감해서인지 왕세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스, 아부쿠마 등 도호쿠 기타간토는 「동북부」 지역. 동북부 공세를
중부지역은 좌시하지 않는다. 하마나 호수 및 아이치 시즈오카 나가노
미에를 총칭하는 지역은 「아부쿠마보다는 중부」라며 경쟁중이다. 중부지
역은 『자고로 수도라는 것은 국가의 중앙, 즉 중부지역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부는 의 서북부 기후현 동부지역을 대표주자로
내세운다. 인구중심으로도, 지리중심으로도 일본의 한가운데에 해당한
다. 교통도 좋다. 주오 신칸센이 통과할 경우 까지 30분이면
간다. 2005년 중부 신국제공항이 완공된다. 제2 도메이(동명)고속도로,
2010년 신칸센 개통 등도 내세운다.
/// 실제론 수도 규정법률 없어…통상 3백년 수명 ///.
이들은 서로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국회등 이전 조사회」가 결정한
최종보고서 9개조건에 맞춰 우열을 판가름할 수밖에 없다. 우선 나스지
역은 ▲조건1(지리적 근접성) ▲조건2(에서 60∼3백㎞) ▲조건4(인
구 60만명 수용 가능한 9천㏊ 용지 확보) ▲조건5,6(지진등 자연재해로
부터 안전) ▲조건8(풍부한 수자원) ▲조건9(기존 도시에 영향을 주지않
기위한 적절한 거리 확보)를 만족시키고 있다. 충족하지 못한 것은 조건
3(30분 거리내 국제공항) 조건7(지형 평탄) 정도다. 일본 과학잡지 쿼크
4월호는 그래서 나스를 최유력지로 꼽았다.
또다른 후보지 아부쿠마 역시 지형 평탄을 요구한 조건7 정도에만 결
격사항이 있을 뿐 나스에 뒤지지 않는다. 교통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하다.
중부지역인 기후도 여러조건을 갖췄다. 다만 지진 다발 지역이란 점, 나
스보다 부지 구입에 장애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6천여명이 사망한
한신 대지진을 생각할때 지진 다발은 치명적이다. 이들 외에 북단 홋카
이도는 국제공항이 있고, 수도와 신수도에서 동시에 재난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로비중이다. 그러나 나스, 아부쿠마에 비하면
처진다. 북동부 센다이 남부지역도 「교육문화시설」을 강조하지만, 이는
「교육문화 도시」에 맞는 내용이다.
치열한 수도 유치 경쟁. 허무한 것은 일본에 수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법률적-형식적으로 그렇다. 수도 이전을 연구한 「국회등 이전 조사회」는
수도를 옮긴다고 하지않았다. 단지 「수도 기능」 이전이라고 했을 뿐이다.
실제 일본에는 수도를 규정한 법률이 없다. 1950년 수도건설법이 유일하
게 「를 새로운 평화일본의 수도로…」(1조)라고 규정했지만 이제는
폐지된 법률이다. 수도 정비를 목적으로 한 법률 명칭도 「수도권」 정비
법이다. 매년 국회가 소집될때 일왕은 칙서를 내리지만 수도가 아닌 「도
쿄에 소집한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수도가 있었고, 관례상 수명은 3백여년이었다. 헤
이안은 794년 수도로 정해졌고, 그후 가마쿠라 1192년(1183년, 1185년
설도 있음), 무로마치 1336년, 에도 1603년, 1868년 등이 나타났다.
수명은 대략 3백여년이었고, 무력 통일 등 「극적」인 변혁이 발생하면 천
도했다. 21세기를 앞둔 는 인구과밀, 첨단기술,교통난, 지진 등의
대격변에 처해있다. 『그래서 3백년 관례대로 는 수도 자격을 양위하
라』는 주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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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이 에 남으면
정부 위기관리 혼선 가능성…우익선 일왕 위상 변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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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이전계획에 일왕의 주거지 「코쿄」관련 내용은 없다. 일본정부는
「일왕은 에 남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15일 국토청은 국회에서
『입법, 행정, 사법 관련 기능중 중추적인 것이 신수도로 이전된다. 코쿄
는 논의되지 않았다. 에 남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신수도와 한가운데에 있는 코쿄의 분리.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
가. 엄청난 불편과 비효율이 초래된다. 대략 이런 가상상황이 벌어진다.
「신수도 완공 5년후인 2015년. 총리실 직원이 열차를 2시간 타고 도
쿄에 왔다. 들른 곳은 일왕이 거주하는 코쿄, 방문목적은 오전 신수도
총리관저 각의에서 통과한 정령 5건, 서훈1건에 대한 결재. 그는 각의가
열리는 매주 화, 금요일마다 까지 찾아왔다. 총리실 직원이 측은했
던지 시종은 이렇게 말했다. 『과학도 발달했는데 인터넷으로 전송하시
지….』.
수개월뒤 일왕 생일 축하연이 에서 열렸다. 총리 이하 각료, 경
제인, 외교사절 5백여명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빠져들었을 때 열차로
2시간 떨어진 수도에서 긴급연락이 왔다. 『중국-대만간 전쟁이 발발했습
니다.』 총리를 비롯, 몇몇 장관은 헬기편으로 급히 돌아갔지만, 실제 일
을 처리해야 할손발들은 2시간 뒤에야 도착했다. 다음날 신문은 「위기관
리체제 엉망」이라고 1면에 실었다.
이제 외국 대통령, 총리등 국빈들도 일본을 찾으려면 단단히 각오해
야 한다. 신수도에서 일본 총리와 만난 뒤, 쉴틈없이 2시간 달려 에
서 일왕과 오찬자리에 참석해야 한다. 14년전인 1996년 5월 일왕은 1백
26건의 서류에 서명했고, 외국으로 부임하는 대사 5명을 인증했다. 그러
나 당시 총리실과 코쿄는 자동차로 5분이면 됐고, 총리실 직원은 옛날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수도와 일왕의 분리는 일왕 위상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
익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혁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