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발삼 초 한방울을 음식에 떨어뜨리는 순간 그 음식의 맛은
이미 이세상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발삼초는 서양의 최고 향신료
이다.

백포도즙에 특수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뒤 수십년 묵히는 이 초
는 이탈리아 모데나와 레지오 에밀리아 지방이 특산지. 친정 어머니가
시집가는 딸에게 효모 종균을 몰래 쥐어주는 것으로 「모계전승」하는
비전의 향신료다.

맛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달고 시며 삽상하며 부드럽고 묵
직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동시에 어우러진, 그야말로 다른 향신료의 조
합으로서는 도저히 이루어낼수 없는 기이한 풍미다. 한 병의 발삼초가
나오려면 최소 20년, 보통 40년까지 걸린다.

날씨가 좋았던 해의 백포도(무난한 맛을 지닌 트레비아노 로마뇰
로종) 즙을 약 3분의 2가 될 때까지 졸인 다음 슬로베니아 떡갈나무로
만든 우묵한 통에 넣어 지붕아래 다락방에 놔두면 산소 호흡과 낮밤의
기온차이로 급격히 발효되기 시작한다.

이때 비전의 효모를 넣고 수년간 숙성시킨다. 떡갈나무에서 몇년
묵으면 밤나무 통에 옮기고 다시 수년 후 벚나무 통에 옮겨 담는다.이
를 또 수년후 물푸레나무 통에 , 또 다시 수년후 오디나무통에 옮기며,
마지막으로 노간주 나무 통에 넣어 그 맛을 최고로 숙성시킨다.

이렇게 모두 20∼40년간 6개 나무통에서 숙성하면서 독특한 향기
를 얻게 되고, 최초의 포도 원액에서 12분의 1로 줄어든다.

전통있는 가문에서는 2∼3대를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 최고 명문
가에서라면 포도 수확 연도 기준 2백년 분을 갖고 있기도 했다. 20년
정도 묵은 보통 품질의 발삼초는 조미 향신료로 사용하고, 아주 오래
된 것은 그냥 마시기도 한다.

만찬 끝에 찻 숟갈로 하나쯤 마시라고 내놓는 대접을 받았다면
최고 귀빈 예우받았다는 뜻이다. 요즘도 공장생산은 불가능해 묵은 햇
수에 따라 조그만 콜라병 한 병 분량이 수백달러에서 수천달러에 거래
된다.

슈퍼마켓에서 미화 5∼8달러짜리는 모조품이다. 이탈리아 여행
길에 수준급의 발삼초를 사려면 식료품 전문점에서 「ACETO BALSAMICO
TRADITIONALE DI MODENA」나 「ACETO BALSAMICO TRADITIONALE DI REGGIO
EMILIA」라고 표기된 것이 믿을만 하다.

이 표시는 법적으로 보호되어 있으며, 적어도 12년 이상된 발삼
초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황건중·(주)빈체로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