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내 삶의 터전이라면 노래는 내 삶의 의미입니다." 지하철공사 성수승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이원우씨(36.예명 이호선)의 직책은
지하철 2호선 승무원. 달리는 전동차의 맨 뒤쪽 승무원석에서 전동차 출입문 개폐와 승객의 승하차 여부, 차내방송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에게는 또다른 직업이 있다. 91년 정식으로 입문한 가수가 그의 숨겨진 직업이다.

"지하철을 타보세요 사당에서 어디든지 / ... / 한 번 떠난 그 사람은 안오지만 방금 떠 난 그 사람은 안오지만 방금떠난 전철은 다시와요 / ... /
약속시간 걱정할 것 없어요 교통체증 걱정할 것없어요 / 승차권 하나 더 준비하면 애인이 생길지도 몰라요."

지하철 구내방송 중간중간에 흘러나오는 이씨의 "지하철 2호선". 전동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웃음짓는다.
대부분 지하철공사가 만든 홍보노래로 생각하지만, 실은 이씨가 직접 작사하고 유명 작곡가의 곡을 받아 지난해 12월 발표한 트롯 계열의 진짜 가요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84년 지하철공사에 입사했지만 가수의 꿈을 접을 수는 없었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욕심에 가끔 밤무대도 서봤다. 출연료는 고사하고 노래를 시켜주지 않아 청소를 도맡아 하며 불렀다.

이씨는 95년에도 사재를 털어 노래를 발표했지만 결과는 실패. 반응이 전혀 없었다. 1년만에 툭툭 털고 일어났다. "지하철2호선"을 만들고 예명도 이호선으로 바꿨다.
회사 축제에 나가 시험삼아 불러봤다. 반응이 괜찬았다.

노래가사중 "자 이제 출발해요 문닫아요" 라는 부분은 "승객 안전도 생각해야 한다" 는 직장 상사의 제안으로 삽입됐다.
95년에 이어 두번째 나온 이씨의 앨범에는 "지하철2호선" 외에, "세월의 길목에 서서", "변심" 등 트롯과 슬로고고 계열의 노래 9곡이 수록돼 있다.
"지하철2호선" 은 방송도 몇 번탔다.

"가수겸업이 내 꿈이지만 그렇다고 1천만 시민의 발이라는 자랑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씨는 "하지만
지하철 승객들이 전동차 안에서 내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