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홍헌표기자】"저 선수는 원더우먼인가, 매일 경기를 하잖아."
한국 여자 수영선수 이지현. 11일 개인혼영 400m서 은메달을 따내 눈길
을 끌었다. 이지현은 13일 여자배영 100m에도 출전했다. 그러나 출발선
에선 선수는 11일의 이지현보다 키가 약간 작고 몸집은 더 컸다. 명단
을 다시 확인해도 이름은 똑같았다.

현재 국내에 '이지현'이라는 이름의 수영선수는 6명. 이 가운데 이
번 대회에 출전한 2명과 작년까지 경기여고를 다니다 미국에서 수영연
수중인 세번째 이지현이 간판급.

배영에 출전한 '이지현'은 성신여대 1학년(19), 개인혼영 선수 '이
지현'은 진선여중 3학년(15)이다. 키는 동생(1m65)이 4㎝ 더 크고, 체
중은 언니가 3㎏ 더 무겁다. 팀동료나 코칭스태프도 헷갈릴 때가 많아
'큰쥐' '작은쥐'로 부른다. 고향은 부산과 서울. '큰쥐'는 부산 망미여
중, 부산체고를 거쳐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작은 지현이는 93년 초등
학교시절 여자배영을 주름잡던 언니를 처음 알게 됐다.

직접 만난 것은 작년 애틀랜타올림픽 대표로 태릉선수촌에 들어갔을
때. 방을 함께 쓰며 재미난 일도 많았다. 전화하는 사람마다 두 세번씩
이름을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를 흉내내 전화를 가로챌 때도 있었다.
이 때부터 친자매보다 가깝게 됐다. 합숙이 없을 때도 1주일에 한 번씩
은 편지나 전화로 소식을 전하는 사이.

11일 작은 지현이는 은메달을 따내 언니의 축하를 받았다. 그러나
13일에는 언니가 4위에 그치는 바람에 속이 상했다. "언니가 컨디션이
안좋은 것같아 '수고 하셨다'는 말만 해 줬다"고 했다. 둘은 14일 아침
함께 바닷가를 산책했다. "남은 경기에서 좋은 기록을 내자고 서로 다
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