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를 '황소'라 불렀다. 연유가 있었다.

열살때였다. 뉴욕 브루클린 벤손허스트지역은 이탈리아 이민들이 집
단으로 모여사는 지역. 길거리엔 마피아단원들이 일도 없이 건들거리며
여기저기 진을 치고 있었다.

길거리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10대 건달 2명이 훔쳐갔다. 아버지
가 사준 선물이었다.건달들은 '황소'보다 나이도 많고 덩치도 컸다. 황
소는 그러나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어찌나 지독하게 대들어 싸웠는
지 거리에서 구경하던 '조무라기' 건달들이 그에게 황소란 별명을 붙여
주었다.

본명은 새미 그라바노. 그의 손에 희생된 사람이 최소한 한타스 이
상. 미국 최대의 갱조직 '갬비노 패밀리'의 제2인자. 그라바노가 평생
을 함께 해온 갬비노 패밀리 두목 존 고티와 갈라서, 검찰에 고티의 범
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공, 그를 감옥에 들어가게 한 이유
와 과정이 이 책의 줄거리다.

어렸을 적 황소의 아버지는 뚜렷한 직업도 없이 놀고먹는데도 항상
많은 돈을 뿌리고 다니는 마피아 단원들을 보고 "저 녀석들은 다 나쁜
놈들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나쁜 놈들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범죄조직
마피아를 보는 이탈리아인들의 시각을 잘 나타내준다.외국의 침략에 익
숙했던 시실리인들을 위해 보호자 역할을 했던 마피아의 존재가 미국에
서 어떤 식으로 정착했는가를 보여주는 말이다. 이탈리아인들에게 마피
아는 공포와 혐오의 대상인 동시에 다른 민족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성
벽을 제공한 애증병존의 존재였다.

십대에 마피아에 입단했다. 히트맨(조직이 점찍는 상대방을 살해하
거나 치명상을 입히는 행동대원)에서 중간 보스, 그리고 고티를 정점으
로하는 조직의 제2인자가 됐다.

"나는 마피아의 전통적인 노선을 걸어왔다. 명예와 의리, 조직의
계율을 중요시하고, 항상 그늘의 길을 걸으면서 절대로 공중의 앞에 나
서지 않는게 행동규율이었다. 그러나 고티는 이러한 생활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남들의 눈에 뜨이는 화려한 몸차림을 하고, 텔레비전이나 신문
에 이름이 나기를 좋아했다. 뉴스 위크의 카버에 두번이나 등장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책은 저자인 피터 마쓰가 그라바노와 나눈 대화를 여과 없이 그대
로 옮긴 형식이다. 황소의 진술은 계속된다.

"연방검사국이 십여년을 두고 고티의 뒤을 쫓았고, 뉴욕 검찰청에
서도 두번이나 기소했는데 항상 증거불충분으로 방면되어 나왔다. 결정
적인 증인들이 피살되거나 행방불명이 되어버리고, 가족들의 생을 위협
받은 자들은 증언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의 재판이 있는 날이면 이탈
리아인들이 법원 앞으로 몰려와 대형 스피커로 '대부'의 주제음악을 틀
어놓고 환호성을 올렸다. 조지오 아마니 코트에 노란 허메스 스카프로
몸을 감은 고티는 의기양양하게 방청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리무진
에 올라 법정을 떠났다. 이런 고티에게 언론은 '테플론 돈(Teflon Don)'
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아무리 쏘아도 흠집을 낼 수 없다는 의미
다. 고티는 이렇게 일반대중과 언론의 각광을 즐겼다.

그러나 이러한 고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연방수사국과 뉴욕검찰
은 수사의 강도를 더해갔다. 물샐 틈 없는 감시 때문에 조직은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조직원들은 항상 위험속에서 살고 있다. 원로들은 패밀
리의 장래를 걱정하지만 스스로 불사신이라고 믿게된 고티는 아랑곳하
지 않았다. 그뿐 아니었다. 검찰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잡힌 고티는 모
든 죄를 다 내게 덮어 씌우고 혼자서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그라바노는 결국 '자기가 당하기 전에' 선제공격을 하기로 마음 먹
었고 검찰과의 협상을 통해 고티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게 된다. 그라바
노의 일방적인 설명이기는 하지만 납득할 수는 있는 이야기다.

독자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쫓으면서 점차 변화해가는 마피아, 혹은
'코사 노스트라'의 모습을 보게 된다. 코사 노스트라는 마피아들이 스
스로부르는 조직 이름. 마피아는 사실 많은 이들이 낭만적으로 생각하
는 의리와 신의의 집단과는 거리가 멀다. 의리 보다는 이기심과 비겁함,
탐욕이 판치고, 강자가 약자를 밟고 희생시키는 사회다.또 마피아는 이
제 새로이 등장한 중국계, 콜롬비아계의 막강한 조직과 대항해서 생존
을 위한 필사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변화하는 사회상이 절실
하게 투영되고 있다.

4월말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의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랐다. 이제
까지 마피아내부의 사정을 폭로한 단원들은 종종 있었으나 미국에서 가
장 강력한 갬비노 패밀리의 제2인자였던 인물은 처음이었다. 또한 그라
바노가 흔히 테플론 돈(Teflon Don)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던 두목 존
코티를 형무소로 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증인이라는 점도 세인
들의 관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검찰은 그라바노의 손에 죽은 갱들
이 19명이라고 확인했는데,실상 그 숫자는 30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
정되고 있다.

ABC 텔레비전은 '언더보스' 출판 직전 가장 시청률이 높은 뉴스 쇼
인 '프라임 타임'에서 앵커우먼 다이앤 소여를 내세워 무려 120분간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