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스 브로스넌 "힘들지만 본드는 내게 딱 맞는 역"##.
【 방콕 = 이동진기자 】 35년동안 17편을 낸 '007 시리즈'의
제5대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을 태국 방콕에서 만났다. TV시
리즈 '레밍턴 스틸'로 인기를 모은 아일랜드 출신 브로스넌은 제17편
'골든아이'에서 본드로 등장했다. 미끈한 얼굴에 바람기 섞인 미소까
지, 숀 코너리 이래 최적 본드역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는 태국에서 18탄 '투모로 네버 다이'를 찍고 있다. 오는 12월
세계에 동시 개봉될 이 영화에서 본드는 세계를 장악하려는 미디어황
제에 맞서 싸운다. 본드걸로는 '예스마담'으로 잘 알려진 미셸 여(양
자경)가 기용됐다.
44층에서 브로스넌과 미셸 여가 함께 뛰어내리는 신을 찍던 방콕
톤부리 신타니빌딩 옥상에서 두사람을 만났다.
-- 본드역을 자평하자면.
"이미 한번 해보았기에 자신 있다. 내게 딱 맞는 배역이라고 확신
한다. 하지만 고난도 액션이 많아 '골든아이'때보다 힘들다.".
-- 미셸 여와 호흡은 잘 맞는가.
"모든 점에 만족한다. 그녀는 액션연기에 능통하고 놀라운 집중력
이 있다.".
--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64년작 '골드핑거'다. 본드걸 중에서는 카산드라 해리스가 최고다.".
(81년 '유어 아이즈 온리'에서 주연한 해리스는 브로스넌의 아내였
다. 암에 걸린 그녀와 91년 사별한 브로스넌은 TV 프로듀서 킬리 스미
스와 살고있다.).
-- 이전 본드역 배우와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답하지 않겠다. 궁금하면 영화역사책을 보라.".
##미셀 여(양자경) "007만큼 능력있는 본드걸 연기"##.
-- 촬영중 쉬는 시간엔 어떻게 지내는가.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 혹 여유가 생기면 온 가족과 함께 지낸다.".
-- 미셸 여는 이번 영화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됐는데.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다. 007 시리즈는 내 인생에서 무척 소중한
영화라 더 기쁘다. 작품마다 가족들과 함께 극장에 갔던 추억을 갖고
있다.".
-- 액션연기는 어떻게 하고있나.
"많은 장면에서 직접 실연한다. 스턴트를 쓰면 생생한 느낌이 덜하
다. 위험하다고 말리는 제작자, 감독과 계속 승강이를 하고 있다.".
-- 눈요기에 치중하는 그간 본드걸과 상당히 다른 모습인데.
"이젠 본드걸도 달라져야 한다. 건강하고 지적이며 본드만큼 능력도
있어야 한다. 남자 엉덩이도 거침없이 걷어찰 수 있어야 하고.".
-- 홍콩영화와 차이점이 있다면.
"난 사실 중국어를 잘 모른다. 홍콩영화를 찍을 땐 옆에서 대사를 읽
어주곤 했다. 영어로 작업하니 오히려 편하다. (미셸 여는 말레이시아 국
적 화교다.).
-- 당신은 각국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본래 이름은 요추켕이다. 홍콩영화에 출연하면서 중국식 이름을 갖
게 됐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그나라 발음으로 불린다. 서양에서는
미셸로 알려졌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가 "그동안 결혼을 세번쯤 했냐"
고 농담할 정도다. 이젠 미셸 여로 불러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