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경부시장자살-당서기사임 배경 암시...권력-부패 추적 ##.

【북경=박승준기자】 '천노'. '하늘의 분노'라는 뜻이다. '천노'는 95년
4월 북경(베이징)시 교외에서 왕보삼(왕바오썬) 당시 북경시부시장이 시체
로 발견되고, 곧이어 진희동(천시퉁) 북경시 당서기가 사임한 사건의 배경
을 추적한 정치소설. 이 책은 "금서가 됐다"는 소문과 함께 북경시내 일원
의 서점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가운데 초여름을 맞은 중국 대륙의 지하
독서계를 뒤흔들고 있다.

95년 4월4일. 북경시 북동쪽 회유(화이러우)현 한 호숫가 야산 중턱에
서 왕보삼 부시장이 시체로 발견됐다. 그의 손에는 권총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으며, 사용된 총탄 한발은 앞 이마에서 뒷머리로 관통한 것으로 발표
됐다. 4월13일 진건(천젠) 당시 외교부 대변인은 "왕부시장은 경제 범죄에
연관돼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공식 발표했
다. 4월28일 진희동 북경시 당서기가 사임했다. 이상은 2년전 실제로 일어
났던 일이다.

소설 '천노'는 익명의 도시 부시장 하계장(허치장)이 이 도시 외곽의
한 야산 중턱에서 시체로 발견된 현장에서 시작된다. 검찰수사관 진호(천
후)는 현장 주변에서 "총성은 한 발이 아니라 두 발이었다"는 주민의 진술
을 확보한다. 그는 하부시장의 머리를 관통한 한 발의 총탄이 조금의 경사
도가 없이 정확히 앞에서 뒤로 관통했다는 점에 의심을 갖는다. 한손에 권
총을 들고 자살할 경우 다소의 경사도를 갖는 것이 자연스러우나, 이 경우
는 그렇지 않았다.

시공안당국은 하부시장이 자살했다고 발표한다. 검찰수사관 진호는 타
살 가능성을 제기한다.하부시장이 자살하기 전 그의 주변에서 뇌물수수 혐
의를 포착하고 이미 은밀히 수사에 착수했던 진수사관이다.그는 마침내 현
장주변 숲속에서 또 다른 탄피 한 개를 발견한다. 유력한 타살증거를 발견
하고 현장을 떠나던 그는 그러나 자신이 모는 지프의 브레이크를 누군가가
망가뜨려 놓은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다.그는 죽음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목
숨만은 건진다.

진수사관의 수사는 익명의 도시 당서기 초붕원(자오펑위안) 부근에까지
가 닿는다. 그 결과, 초당서기와 시영(시영) TV의 여기자 송혜혜(쑹후이후
이)와의 은밀한 관계가 드러난다. 놀랍게도 송혜혜는 초당서기뿐만 아니라
죽은 하부시장, 초당서기의 아들 초동방(자오둥팡)과 동시에 은밀한 관계
를갖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면서 죽은 하부시장과 초당서기, 초당서기의 아
들 초동방,그리고 이들 세사람의 주변인물들이 이 도시의 중심부에 건축중
인 대형쇼핑몰 '오채광장'에 대한 투자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이 밝
혀진다. 주요 투자자인 홍콩재벌 왕요조(왕야오쭈)가 관련돼 있고, 하부시
장의 죽음 뒤에는 초당서기의 아들과 홍콩 암흑가 조직의 검은 손이 있었
다는 사실도 윤곽을 드러낸다.

소설 '천노'의 무대는 북경이 아니다. 익명의 도시일 뿐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죽은 하부시장은 바로 실제인물 왕보삼을, 초당서기는 진희동
을,초당서기의 아들 초동방은 진희동서기의 아들을, 이들 세사람과 동시에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송혜혜는 북경시내 모 호텔의 여부사장을 강하게
연상시킨다. 소설 속에서 이들이 얽혀있던 대형쇼핑몰 '오채광장'은 현재
북경 시내에서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중인 대형 쇼핑몰 '동방광장'을
금방 떠올려준다.그러나 작가 진방(천팡)은 "천노는 어디까지나 소설일뿐"
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과 홍콩에서 발행되는 시사주간 '아주주
간'이 '천노'를 보도하자 이 책은 서점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서점 주인들
은 '천노'를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아래 위로 훑어본뒤 "왜 그책을
사려느냐"며 연락처 등을 꼬치꼬치 물어본다. 그러면서 "불과 23원80각(약
2천380원)짜리 그 책을 팔고, 몇만원의 벌금을 문 뒤 책방 문을 닫게 되면
뭘 먹고 사나"라면서 고개를 젓는다.

권력과 부패 그리고 타락한 성 등 중국지도층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고
발하고 있는 '천노'는 이처럼 북경에서 사실상 금서가 돼 있다. 그러나 아
주주간 최신호는 "강택민(장쩌민) 국가주석이 반부패운동 차원에서도 출판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원방출판사, 23원80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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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진방…중국의 프로작가, 지도층 비판소설 많아 ○.

'천노'의 저자는 '문방'(원팡"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 저자는 올
해 53세의 진방(천팡)이다. 자신의 이름글자 놓을방자를 거꾸로 풀어서 문
방이라는 저자명을 만들어냈다.

그는 주로 중국에서 '보고문학'이라고 통하는 르포르타주 작가로 활
동해왔다. 작품으로는 '중국의 실리콘밸리' '마지막 한폭의 초상화' '한
보통 여공의 원한' 등을 썼다. 이 가운데 80년에 쓴 '한 보통 여공의 원
한'에서 진방은 익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비판함으로써 당시 국무원 부총
리 진영귀(천융구이)를 실각시켰다는 평가를 홍콩 매체들로부터 받고 있
다. 북경(베이징)에서 발행되는 '화인세계'의 편집장, 월간 '성광'의 부
편집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