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이,착륙시 불문율처럼 여기지는
안전벨트 착용이 과연 사고 발생시 생명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인가.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생존부상자 29명중 李判錫씨(55.교사.광주 남구
용봉동)씨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안전벨트착용 여부와 생존가능성과의 관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사고기에 탑승한 2백54명중 안전벨트 미착용자가 몇명인지 확인되지
않아 벨트가 이번 사고에서 목숨을 건지는데 도움이 됐는지 아니면
탈출을 막았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생존귀국자중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오히려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반면 안전벨트 때문에 의식이 있었음에도 불구, 불타는 기내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不歸의客」이 된 사례가 확인돼 안전벨트가 안전을
담보한다는 그동안의 상식을 깨뜨렸다.

사돈 내외와 아들등 일가족 7명과 함께 괌여행을 떠났다가
구사일생으로 생환, 현재 국립의료원에 입원중인 李씨는 사고여객기
추락당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기때문에 살아남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내 중간위치인 58F석에 탑승한 李씨는 사고발생 3분전쯤 기내에서
「곧 착륙할테니 안전벨트를 매라」는 여승무원의 안내방송을
들었지만 무심코 벨트매는 것을 잊고 있다가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느낌을 받은뒤 정신을 잃었다.

李씨는 한참후 깨어난뒤 주변을 살펴보니 태극기가 부착된 옆날개
부분의 갈라진 틈이 있어 간신히 빠져나왔으며 한참후 도착한
구조대들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것.

괌 메모리얼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9일 오전 미공군수송기로 귀국한
李씨는 늑골이 부러지고 다리를 다쳤으나 다른 생존자들에 비하면
부상정도는 매우 양호한 편이다.

승무원의 안전벨트 착용권유를 듣지 않은 것이 생존가능성이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생명을 구하는 결과가 된 셈이다.
반면 승무원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살아남은 일본인 마쓰다
리카양(松田利可.11)의 한국인 어머니 趙成女씨(44)는 매고있던
안전벨트를 풀지 못해 숨진 케이스.

趙씨는 기체 추락이후에도 옆좌석에 탑승한 딸을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의식을잃지 않았으나 허리를 꽉 졸라맨 안전벨트 때문에 꼼짝
못해 딸에게 『빨리 탈출하라』는 절규외에 자신은 물론 딸을
구하는데는 속수무책이었다.

다행히 딸 마쓰다양은 여승무원 李윤지씨(25)에 의해 발견, 안전벨트를
풀고 비행기밖으로 나올 수 있었으나 趙씨는 안전벨트때문에 불타는
기체에서 빠져나오지못했다.

李용호씨(32.회사원)도 당초 화상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내
이송후 국립의료원의 X레이 검사결과 척추뼈와 가슴뼈가 부러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안전벨트 압박에 의한 것으로 추정,벨트가 결국
부상을 악화시킨 꼴이 됐다.

그러나 사고현장을 언론에 처음으로 생생하게 공개한 洪賢成씨(36)는
안전벨트착용을 권유하는 기내방송이 있은지 3분여만에 랜딩 기어가
「쾅」하는 폭음과 함께야산 정상에 세게 부딪치는 충격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안전벨트를 조여맸다.

洪씨는 앉아있던 좌석 위쪽의 비행기 지붕이 「뻑」하는 소리를 내며
갈라진 틈을통해 빠져 나왔다.
洪씨는 안전벨트 덕분에 정신을 잃지 않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고

결국 갈비뼈 두개가 부러진 정도에 그쳤다.
항공전문가들은 『항공기 이,착륙시 안전벨트를 맬 경우 가벼운 기체
흔들림이나 충격에는 안전효과가 있지만 이번 사고와 같이 급추락에
따른 화재발생때는 오히려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