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연기를 공부하던 제이는 시드니 차이나타운 갱두목 서니의
범죄를 드라마화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이후 얼굴이 서니와 꼭 닮
은 제이는 번번이 경찰에 체포된다. 호주 경찰은 결국 제이를 이용해
서니를 검거하는 작전을 세운다.

'현상수배'(9월13일 개봉)는 몇가지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화제작이
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해외(호주)에 직접 배급했다. 박중
훈을 제외한 배역 모두를 호주 현지에서 캐스팅, 영어로 제작함으로써
한국영화 해외진출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박중훈이 1인2역을 했다
는 점도 관심을 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제이의 코믹한 캐릭터가 비교적
잘 살아있는 데 비해, 냉혈한 서니는 밋밋하게 그렸다. 이는 '발군의
코미디 스타' 박중훈이 더 큰 거목이 되려면 계발해 나가야 할 연기방
향이 어느 쪽인지 말해준다. 한국어로 먼저 시나리오를 쓰고 영어로 번
역한 탓에 외국에서는 통하지 않을 유머도 자주 눈에 띈다. 반대의 경
우도 마찬가지다. 박중훈의 코믹 연기는 한국어같은 억양으로 발음하는
영어문장에 갇혀 이전 작품에 비해 폭발력이 떨어진다. 서니를 죽이려
고 고용된 킬러의 어정쩡한 모습을 비롯해 뻣뻣하기 이를 데 없는 총격
전도 흥미를 반감시킨다.

그러나 박중훈 영화를 재미있게 보아온 팬이라면 별 무리없이 선택
할만하다. 호주영화 기술 덕분에 전체적 만듦새도 매끈한 편이다. 무엇
보다 해외진출을 겨냥, 외국을 무대로 맘껏 누비는 우리 배우 모습을
본다는 게 즐거운 일이다. < 이동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