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3월25일.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는 경평전 축구 2차
전이 벌어졌다. 1차전은 정남식(현 한국OB축구회 회장)이 2골을 터뜨
린 서울팀의 2대1 승리. 2차전은 옥정빈이 이끄는 평양 수비진이 정남
식과 김용식-민병대(이상 작고) 등 서울팀 트리오를 봉쇄, 3대0으로
앞서갔다. 경기종료 직전 맹반격을 펼쳤던 서울은 평양문전에서 반칙
을 얻어냈으나 평양 심판은 페널티킥을 불지 않았다. 흥분한 서울 관
중들이 일제히 그라운드로 난입했고, '싸움이라면 자신있는' 평양응원
단 5백여명도 동시에 운동장으로 뛰어들며 난투극이 벌어졌다. 소동은
경찰이 수십발의 공포를 쏜 끝에 간신히 진정됐다. 일제하부터 해방직
후까지 국내 최고 스포츠이벤트로 인기를 모았던 경평전 축구는 이렇
게 끝을 맺었다.

19일 벌어지는 '경평전 OB축구대회(한국OB축구회-KIKA 공동주최,
조선일보 후원)'는 당시의 흥분과 열기를 기억하는 노장 축구인들이
'한국축구의 뿌리'를 되살리기 위해 어렵게 기획했다. 46년 경평전에
뛴 선수들은 현재 평양팀의 김규환-옥정빈씨, 서울팀 이병국-정남식씨
등 4명을 제외하고 모두 작고했다. 한국팀 막내이자 후보 골키퍼로 54
년 스위스월드컵에 출전했던 함흥철씨가 이번 대회 평양팀의 60대로
출전하니 세월이 엄청나게 흐른 셈. 따라서 이번 OB전은 경평전 직후
세대들이 50여년전의 추억을 되살려 가며 펼치는 '축구 한마당'인 것
이다.

이번 대회는 양팀이 50대와 60대로 나눠 두 경기를 치른다. 메인게
임은 아무래도 50대 경기. 평양 50대는 과거 국가대표 골키퍼로 이름
을 떨친 이세연씨를 비롯, 유기흥 이승안 김기복 김식복 김삼낙 박경
화씨 등이 출전한다. 서울은 유현철 허윤정 이연근 박수일 정귀풍씨
등으로 맞선다.

선수들의 체력을 고려, 경기시간은 전후반 30분씩으로 펼쳐지며 교
체선수 제한은 없다. 입장료는 무료. OB축구회 정남식회장은 "이번 OB
전을 계기로 내년에는 서울-평양-함흥 등 3도시 대항전을 비롯, 13개
시-도 축구대회 등 과거 빅이벤트들을 모두 부활시키겠다"며 "현역 최
정예들이 출전하는 진짜 경평전이 이뤄질 때까지 끌고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