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절단기, 멍키스패너, 렌치, 드라이버, 해머, 수도꼭지, 펌
프 종지굽, 크고 작은 나사, T자관, U자관, 그리고 줄톱들이었다. 쇠로
된 것들 뿐이었다. 모두 난장이를 닮아 보였다. 난장이를 닮은 이 도
구들은 난장이가 잠잘 시간에는 벽돌 공장의 굴뚝 밑에 놓여 숨을 죽일것
이다. 난장이네 식구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잠잘 테니까. 바람이 부는
밤은 방죽의 잔물결 소리에 숨을 죽이고 잠자는 난장이네 뜰 앞까지 들릴
것이다.'.
조세희씨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약칭 '난쏘공')은 78
년 초판이 나온 이후 현재까지 무려 1백쇄를 찍었다. 판매량은 약 50만
부. '난쏘공'은 70년대말 경제성장의 결실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와 도시하층민의 고통을 그렸다. 그러나 이 소설은 어두운 현실
의 풍경을 묘사했지만, 동화적 환상의 분위기를 띠고 있다.
작가는 간결한 문체로 추악한 현실과 아름다운 동화를 대비시킴으
로써 사회적 모순을 더욱 더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작가는 "당시 한창 화제가 되었던 인공위성 이미지를 사용, 동화적
인 제목을 지었다"면서 "서정적 환상적 분위기는 검열을 피하기 위한 방
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나 오랜 침묵에 빠졌다
가 75년 '뫼비우스의 띠'를 필두로 난쏘공 연작을 잇달아 발표했다.
당시 잡지사에 다니던 그는 직장 부근의 다방에 앉아 초고를 썼다.
'난쏘공'의 그 유명한 간결체 문장들은 직장생활의 짜투리 시간을
틈타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받아적었던 결과다.
그가 우리 사회를 향해 쏘아올린 소설들은 유신정권의 철권통치체
제로 인해 정치적 체념과 안락한 일상 속에 빠져있던 독자들의 누선을 자
극했다.
'난쏘공'을 펴낸 문학과 지성사는 당시최대한 표지를 예쁘게 꾸미
려고 애썼다. 이 소설이 지닌 사회 비판의 폭발력을 동화적 분위기로
포장함으로써 권력의 판매 금지 조치를 피하려고 했다.
요즘 작가는 80년대 내내 수정을 거듭했던 장편 '하얀 저고리'를
마무리 중이다. 출간 시기는 아직 기약할 수 없다. 그는 올해 창간된
계간지 '당대비평'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그는 "창간호의 초판 5천부가 다 팔려서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