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장동직 주연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프랑스 파리에서 밑바
닥삶을 살아가는 남북한 출신 두 젊은이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파리에
서 전분량을 촬영하고, 드니 라방이나 리샤르 보링거같은 세계적 배우
들을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다.

김기덕 감독의 두번째 작품 '야생동물 보호구역'(25일 개봉)은 그의
데뷔작 '악어'의 후속편같은 느낌을 준다. 그가 전작에서 비타협적으로
밀고나간 선명한 주제의식은 여기서 한결 더 강렬하게 살아있다. 하층
민들 삶에 깊은 애정을 보여온 감독은 고통 속에서 삶의 진실을 말하는
방법으로 직격탄을 날린다. 파리의 화려한 풍광을 볼거리로 담는 대신,
어둡고 불결한 거리와 실내를 활용해 만들어낸 절절한 이미지들은 만만
치않은 감동을 만들어낸다. 본 궤도에 오른 조재현의 연기 역시 사실감
을 더한다.

하지만 감독은 전작의 단점 역시 똑같이 반복해 안타까움을 준다. 주
제의식과 이미지들은 훌륭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이야기 틀은 형편없
이 조악하다. 설득력을 잃고 이곳저곳 부유하는 스토리가 곳곳에서 허
술한 이음새를 드러내며 삐걱대는 것이다. '악어'의 여주인공처럼, 이
영화의 북한청년홍산 역시 현실감 없는 인물로 느껴지는 것도 아쉽다.
홍산은 도식적인 인간이해의 산물에 불과하다. 김기덕을 전폭적으로 지
지하기 어려운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