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황성준기자】러시아는 새해 1월1일자로 화폐개혁을 단행한다.

골자는 현행 루블화의 1천배 가치에 해당되는 신루블화를 발행하는 것이
다. 구화폐는 98년 한해 동안 신화폐와 병행해 사용되며 구화폐는 2002년
까지 공식 교환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 8월4일 옐친 러시아 대통령
특별 담화문에 의해 예고됐다. 이미 많은 러시아 상점의 상품에는 구화폐
와 신화폐 가격으로 표시된 두 개의 가격표가 나란히 부착돼 있다. 현재
구화폐의 가치는 1달러=5천9백 루블 선에서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다.

소련 붕괴 이후 루블화 가치는 엄청나게 폭락했다. 구소련 시절 공식환
율로 1달러=0.6루블이었던 것이 97년 1월 5천6백 루블 선까지 떨어졌던 것
이다. 이같이 루블화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폭락되자, 루블화에 대한 러시
아 국민들의 신뢰도는 거의 제로 상태로 떨어졌다. 여유자금이 생기면, 달
러로 교환해 보관하는 것이 러시아인들에겐 상식으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물가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97년도 물가상승률은 약 12%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시장경제 개혁이 시작된 92년도의 물가 상승률은 2천5백%
였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러시아 정부는 '뒷자리 동그라미 3개를 지워버
리는'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노린 것이라기 보
다는 심리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서, 그동안 사라졌던 루블화의 하위단위인
코페이카가 다시 부활되게 됐다.

현재 러시아 정부당국은 1달러=6.0(신화폐 기준)선에서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