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부의 배꼽 아래 얘기는 역시…CNN 연일 생중계, 연속극도 중단 ##.

권력과 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두가지 요소가 서로 얽힌 이야기는
가장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되곤 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권력과 섹스
'
를 소재로 한 드라마 한편이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미국 전체는 이 때문
에 거의 정신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어느 극작가에 의해 쓰여지고 있는 가상의
것이 아니라, 백악관이라고 하는 세계 최고의 권부를 무대로 하루하루 새
롭게 쓰여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라는 데 있다.

주인공은 지난 96년 재선에 성공한 현직 미국대통령 윌리엄 제퍼슨 클
린턴(51)과, 한때 백악관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는 젊은 흑발의 미인
모니카 르윈스키(24)다. 이런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주연들 못
지 않은 탁월한 조연들의 환상적인 연기가 필요하다. 상황이 반전되는 곳
곳에 등장하는 대통령 부인 힐러리여사, 지난 3년반 동안 클린턴 부부를
추적해온 특별검사 케네스 스타, 그간 클린턴을 스쳐간 숱한 여인들, 가슴
치며 주군의 참을성 부족을 탓하는 전·현직 백악관 참모, 그리고 르윈스
키의 숨겨진 남자까지. 조금도 손색이 없는 호화 조연들이 등장한다. 그
전개 기법 또한 흥미진진하다. 섹스 스캔들이라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다 보
니, 쫓고 쫓기는 추리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 드라마는 지
난 1월20일 저녁(미국 동부시각) 첫 회가 방영된 후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상종가를 기록 중이다.

이 덕분에 주중 낮시간대를 가득 채우는 미국 TV 연속극(Soap Opera)들
이 거의 설자리를 잃었다. 불륜과 음모로 가득찬 TV 속의 연속극들은 이제
뉴스 전문 케이블 방송인 CNN에 시청자를 빼앗겼다. 바닥을 치던 CNN 방송
시청률이 40% 이상 치솟은 것이다. 공중파 방송들도 결코 이에 지지 않는
다.

연속극을 중단하고 특별 뉴스 생방송을 편성하기 일쑤이고, 또 백악관
브리핑이 생중계된다. 신문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어지간해서는 섹스 이야
기 따위는 거들떠 보지 않던 권위있는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지같은
신문들이 최근에는 슈퍼마켓 타블로이드 신문과 크게 다를 바 없게 됐다
.

워싱턴의 엄숙한 정치분석가들과 변호사들이 등장, 성교가 아닌 오럴 섹스
를 성관계로 볼 수 있는 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주요 신문의 1면 기사
중 섹스(Sex)라는 말이 빠진 기사를 찾기 힘들게 됐다. 이 내용을 다룬 방
송·신문에는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딱지가 붙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나타난 관객들의 반응은 정말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바닥을
치던 뉴스 방송이 엄청난 시청률을 보일 만큼 뜨거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론조사에서는 "신문·방송들이 너무 지나치게 이 문제에 시간을 할당하
고 있다"고 불평한다. 또 '바람난 대통령' 클린턴에 대한 입장도 초반의
차가움을 탈피, 이젠 일부 여론조사의 경우 70%를 넘는 지지를 보이고 있
다. 오히려 갈수록 인기가 치솟고 있을 정도다. 이런 관객들의 반응 덕분
에 초반만 해도 곧 패전을 앞둔 듯했던 클린턴 진영이 이젠 전열을 재정비
,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쉽게 승부가 날 것처럼 보이던 싸움이 어느덧 누
구도 결과를 장담키 힘든 시소게임으로 접어든 상태다.

이상이 바지 지퍼 관리를 잘못해 생긴 스캔들이라고 해서 호사가들이
'지퍼게이트(Zippergate)'라고 명명한 클린턴의 섹스 드라마의 전개 과정
이다.

2주를 넘기고 있는 이 사건은 초반의 폭발성을 상당히 잃어버린 듯하
다. 지난 1월20일 저녁 워싱턴포스트지 첫 보도후 약 사흘 동안은 거의 궤
멸상태에 가까웠던 클린턴은 이제 '정상적인 대통령직' 수행에 큰 어려움
을 겪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처음 며칠 동안 미국내는 물론, 미
국 바깥의 세계인들은 한편으로는 이 스캔들의 내용을 '즐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슬아슬한 심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굳이 다른 설명이 필
요없는 세계 초강국 미국의 리더십 부재라는 위험천만한 상황 때문이었다.
한국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을 생명선
으로 여기는 나라들로서는, 거인 미국이 흔들리는 것을 단지 강 건너 불처
럼 구경할 수만은 없는 노릇인 것이다.

하지만 1월27일 저녁의 미국 의회에서의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 이후 클린턴은 안정적인 위기 관리 체제로 접어든 느낌을 준다.

물론 당장 다음날 어떤 증거가, 어떤 모습으로 튀어나올 지 모르는 현 상
황에서 이 문제가 종료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건의 성격상 지리한
법적 공방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흥미
로운 사실 하나가 92년과 96년 두번에 걸쳐 클린턴을 백악관으로 보낸 미
국민들의 반응이다. 미국민들은 단 한번도 클린턴에게 과반수가 넘는 표를
주지도 않았을 뿐더러, 또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의 신뢰도'가 높은
점수를 받은 적도 없다. 92년 선거에서는 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경기 침체를 풀어보려는, 그러기 위해 필요한 '신선한 피의 공급'을 위해
중앙정치 무대에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반
대로 96년 선거는 이제 최고 호황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 경제기조를 그대
로 유지키위해 리더십의 변화를 원치 않았던 것이라는 해석들이다. 이같은
정서가 최근 스캔들에도 이어지고 있다. 낮은 실업률 등 각종 호황 지표에
도, 인플레이션같은 경기 과열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을 만큼 탄탄한 미국
경제력이 클린턴의 생존을 뒷받침해주는 기본 바탕인 것이다. 지금의 태평
성대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를 바꾸고 싶지는 않지만, 그를 둘러싼 스캔들
은 만끽하는 듯한 묘한 상황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클린턴의 대통령직이 사실상 '레임덕'에 접어들었
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미 2기 정부의 첫 해인 작년 말부터 클린턴은 '국
정의 초점'을 상실했다는 비판 아래, 장기적인 레임덕에 접어들었다는 지
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정부는 '스캔들로 부상당한 대통령'이
이끄는 상태가 될 전망이다. 이는 한 개인의 리더십보다는, 그를 떠받쳐주
는 내각 등 시스템이 움직이는 방식으로 앞으로 3년간 미국이 운용될 것이
라는 해석들이다. 대통령이 활발한 활동을 보일 때는 상대적으로 내각과
백악관 참모 등 시스템의 기능은 보조적 역할에 그치지만, 그 반대일 경우
에는 정부 전체가 스스로의 운영 원칙과 지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미 클린턴의 머리 속은 물론 백악관 자체가 '클린턴을 보호키 위한 과거
의 측근'들로 메꿔지기 시작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웅대한 비전'이 부
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클린턴 정부의 운영이 보다 보수적인 형태를 띨
것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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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 게이트' / 클린턴의 여자들
인턴사원·명문가 며느리에 임시고용원·밤무대 가수까지
외모·체형 등 불문…손 닿는데 있으면 걸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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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 사실 미국 정치사를 조금만 뒤적여 보면
결코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님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뉴욕타임스지
의 보도에 따르면 42대까지 온 미국 대통령 중 공식적으로 섹스스캔들에
휘말린 사람만도 무려 14명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존 F
케네디대통령과 마릴린 먼로와의 염문을 비롯, 현대 미국 대통령들도 섹스
와 관련된 문제로 곤욕을 치루곤 했다.

그렇다고 이런 과거 역사를 들어 클린턴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처
지는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클린턴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상습범'이라
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일찍부터 미국 대통령을 꿈꿔온 그가, 대통령 또
는 대통령 후보에게 '섹스 스캔들'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몰랐다고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
다. 야심만만하고 장래가 촉망되던 아칸소 주지사였던 클린턴이 88년 대통
령 출마를 고려할 때도 그의 측근들이 몰려들어 제일 먼저 걱정했던 것이
그의 여성 편력이었다. 결국 클린턴도 이때는 잠시 대통령직 출마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의 주지사 관저에 모여든 측근들은 다시
한번 여성 편력이 유권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저울질 했다. 이때는 좀 다른
결론이 나왔다. 유능한 정치인들이 줄곧 언론이 흥미 위주로 '배꼽 아래
문제'를 들춰냄으로써, 정치적 스타들을 사냥하는 데 대해 미국민들이 식
상한 듯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클린턴 진영은 이런 계산 속에
당시 바닥을 치던 미국 경제 상황을 볼 때, 12년된 공화당 정권을 바꿔보
자는 바람이 불 것이라는 '믿음'만을 갖고 워싱턴 정가의 거인 현직 대통
령인 조지부시에게 도전했다.

그렇다고 그의 섹스 스캔들이 끝났던 것은 아니다. 92년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자 마자 클린턴의 '12년 정부'였다고 주장하는 제니퍼 플라워즈가
등장했다. 파트 타임으로 지역 방송국 기자로 일하면서 밤무대 가수로 일
해온 플라워즈는 곧바로 미국의 황색잡지와 신문의 최고 명사로 등장했다.

클린턴 주변에서 '후보 포기'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낙담하고 있을 때, 축
늘어진 클린턴과 그 참모들을 부추기며 전의를 되찾도록 해 준 사람이 부
인 힐러리였다. 힐러리가 늘 스캔들의 덫에 걸린 클린턴을 구해주는 구세
주로 등장하는 패턴은 결코 요즘의 일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클린턴은 또 94년부터 폴라 존스라고 하는 전직 아칸소 정부 임시직 고
용원으로부터 '성희롱 사건'으로 고소된 상태다. 작년에는 이 사건이 대통
령직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며, "현직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직무와 관계되
지 않은 민사사건의 소추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지연작전을 폈지만 작년
봄 미국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리고 지난 1월17일 현직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피고인 증언까지 해야 하는 등의 수모를 겪었다. 이처럼 섹스와
관계된 문제로 겪은 고통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이를 둘러싼 송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클린턴은 전직 백악관 인턴 여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관
계를 가졌다는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둘 사이의 관계가 시작된 것은 95
년 가을 무렵으로, 재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만약 이때 이 문제가 폭로라
도됐다면…. 보통 담력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아니면 어지간히 급하지 않
았던 이상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여성 편력인 셈이다.

클린턴의 여성 편력은 정확한 상황과 그 규모를 가름키 힘들다. 미국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그가 있는 곳에서는 늘 그런 구설수가 따랐다고 한
다. 그리고 힐러리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힐러리는 늘
클린턴을 감시했다. 78년부터 약 10년간 아칸소 주지사를 지낼 때도 힐러
리는 클린턴의 개인 비서들 중에 늘 자신의 심복을 심어놓았다. 남편의 바
람기를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한 때는 아침에 혼자 조깅하는 것조차 금지
(?)시킬 정도였다고 한다. 백악관에 들어온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백악관
내의 행정담당 비서실 차장을 지낸 깐깐한 여성 에블린 리버맨이 클린턴을
감시하는 '힐러리의 측근'이었다. 사실 백악관 인턴 출신인 르윈스키가 96
년 봄 미국 국방부로 전출된 것도 리버맨 때문이었다.

이런 힐러리의 감시를 피하는 클린턴 역시 만만치 않았다. 클린턴의 여
자 조달역을 맡아왔다고 증언하고 있는 전직 아칸소 주경비대원들의 말에
따르면 클린턴은 조깅을 하러 나가서는, 모처에서 비밀 정사를 즐기고는
관저에 돌아올 무렵 온몸에 물을 뿌려 마치 땀을 흘린 것처럼 위장하곤 했
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인 힐러리가 집을 나가기가 무섭게 정부들을 불러
들이곤 했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이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여성 편력이지만 지금까지 바깥으로
드러난 경우는 과히 많지 않다. 클린턴 부부의 효과적인 대응이 주효했기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소문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언론 등에 의해 한번 이상이라도 클린턴과 관계를 가진 것으로 묘
사된 여성은 대략 6명 정도다. 이중 가장 최근의 경우가 모니카 르윈스키.

클린턴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95년 당시 대학을 갓 졸업하
고, 무임 자원 봉사 형식으로 백악관에 인턴으로 들어왔을 때의 나이는 불
과 21세였다. 시사주간지 타임 등의 보도에 따르면 클린턴은 취임 후 백악
관 곳곳에 흩어져 있는 20대 초반의 젊은 인턴 여성들과 어울려 잡담하길
무척 즐겼다고 한다. 백악관에는 보통 250명 가량의 인턴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기미가 엿보이면 추상같은 리버맨의 명령에
따라 이런 류의 인턴들이 즉각 제거되곤 했지만, 르윈스키는 놀랍게도 백
악관 비서실장실의 비서로서 클린턴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바로 옆에서
근무하는 특권을 가지게 됐다. 두 사람은 모두 '가정적 불행'이라는 공통
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클린턴이 유복자로 태어나 알콜중독의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란 것과 비슷하게 르윈스키도 14살 때 부모의 이혼으
로 엄청난 충격을 받아, 어머니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을 정
도라고 한다.

르윈스키는 로스앤젤레스시의 부유층이 사는 비버리힐즈 지역의 의사의
딸로 태어났다. 1백60만달러짜리 저택에, 휴가 때 2만달러를 소비하는 전
형적인 부유층 자녀로 자란 르윈스키와 남동생 마이클이 한달 의상비만으
로도 5백달러를 쓸 정도로 유복한 환경이었다.

르윈스키 역시 클린턴 못지않은 긴 남성편력의 역사를 갖고 있다. 비버
리힐즈에 소재한 고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 연극반 선생인 앤디 블레일리와
관계를 가졌다고 떠들어 댔다. 최근 클린턴과의 섹스 스캔들이 불거지자
블레일리 교사도 기자회견을 갖고 "르윈스키와 고교 졸업 후 5년간 관계를
계속해왔다"고 고백(?)했다. 르윈스키는 백악관에서 국방부로 옮긴 뒤에도
그곳에서 한 고위 관계자와 비슷한 추문을 낳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
부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남자와의 관계를 자랑하기
일쑤였고, 이 남자가 잘 만나주지 않자 복도에서 크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
이기도 했다고 한다. 또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인턴이 된 뒤
주변 친구들에게 "클린턴과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의 책상 위에서 섹
스를 하고 싶다"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녀는 클린턴과 한번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백악관 재직 중 또는 백악
관을 떠난 뒤에도 수천달러씩 하는 헌금 행사 티켓을 사 행사장으로 달려
갔을 만큼 거의 열광적으로 '클린턴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
졌다.

클린턴이 "성적인 관계가 없었다"고 강력 부인 중이지만 두 사람의 경
력을 감안할 때 이를 선뜻 믿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르윈스키가 친구에게
한 고백에 따르면 클린턴과의 관계는 약 18개월 가량 계속됐다고 한다. 친
구들은 르윈스키의 평소 소망이 매일 아침 클린턴의 옷을 골라주는 일이었
다고 한다. 힐러리를 젖히고 백악관 안방 주인이 되겠다는 야무진 꿈도 이
번 스캔들로 물거품이 된 셈이다. 미국 언론이 전하는 르윈스키의 고백에
따르면 클린턴과 르윈스키간의 관계는 직접적인 성교보다는 오럴섹스, 때
로는 전화를 통한 폰섹스 등의 형태로 이어지곤 했다는 것이다.

클린턴이 직접적인 성교보다는 오럴 섹스를 더 좋아한다는 것 은 여러
증인(클린턴은 모두 부인)들에 의해 입증된다. 클린턴을 성희롱사건으로
고소한 폴라 존스양이, 자신에게 강요했다는 행위도 이것이고 또 아칸소
주경비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클린턴은 제니퍼 플라워즈의 '입'에 강한 만
족감을 표시하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르윈스키의 '입'은 클린턴에게 엄청난 재앙이 됐다. 평소 자기
보다 연상의, 힘을 가진 남성들과의 관계를 선호해 온 르윈스키가 국방부
근무시절 만난 똑같은 백악관 직원 출신의 린다 트립에게 클린턴과의 관계
를 장황하게 털어놓은 것이다. 올해 48세의 린다 트립 역시 전력에서는 만
만치않은 인물이다. 부시행정부 때부터 백악관에서 일한 그녀는 이때도 부
시대통령 부부의 사생활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주요한 '정보원'이었던 것으
로 알려졌다. 원래 클린턴을 못마땅하게 여긴 트립은 94년 백악관에서 국
방부로 전출됐지만 작년 여름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또 다른 백악
관 직원 캐슬린 윌리와 클린턴간의 '이상한 장면'을 폭로, 백악관의 엄청
난 분노를 사게 됐다. 이에 불안을 느끼게 된 트립이 르윈스키의 고백을
녹음하기 시작했고, 폴라 존스양 사건 변호인들로부터 참고인 조서에 응하
라는 영장이 제시되자 특별검사인 케네스 스타 사무실로 찾아가면서 이 스
캔들이 터지게 된 것이다.

클린턴의 5년 남짓한 백악관 생활 중 르윈스키 외의 또 다른 여인으로
지목된 캐슬린 윌리(51)는 어떻게 보면 슬픈 운명을 지닌 인물이다. 93년
11월29일 그녀의 운명은 완전히 바뀌었다. 윌리의 시댁은 버지니아주의 명
망 높은 정치 명문가였다. 시아버지인 에드워드 윌리 시니어는 주 상원의
원으로 86년 사망할 때까지 무려 34년 동안 버지니아의 최고 권력자였던
것이다.

문제는 남편에게 있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 출신인 에드워드 윌리 주
니어는 아버지가 모아준 돈을 탕진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이 맡긴 부
동산마저 임의로 저당잡히는 등 전형적인 무능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클린턴을 돕는 이 지역의 주요 정치 헌금자이자 활동가들이었
다. 그렇게 시작된 교분이 극적인 반전을 보인 것이 93년 11월29일이었던
것이다. 이날 오후 빚 독촉과 송사에 지친 남편은 권총 자살했다. 그 사실
을 알지도 못한 채 부인 캐슬린은 백악관으로 클린턴을 찾아간 것이다. 도
와달라는 호소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친구들에게 한 증언에 따르면
클린턴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옆방인 연구실로 데려가 갑자기 키스를 하
면서 껴안았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그녀의 가슴을 끌어안은 채 자신의 성
기부분으로 그녀의 손을 끌어가서는 "오래 전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다"고
속삭였다고 한다. 얼마 후 흩어진 옷 매무새에 옆으로 번진 립스틱 자국을
하고 그 방을 나서는 캐슬린을 본 사람이 문제의 린다 트립이었다. 트립의
주장에 따르면 캐슬린이 이때 자신에게 클린턴이 달려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는 것이다. 어쨌든 얼마후 캐슬린은 백악관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고, 이
후 법적 송사 끝에 경제적 안정도 이루게 됐다.

클린턴에게 가장 악몽같은 여자를 꼽으라면 폴라 존스다. 그녀는 소문
으로 알려진 숱한 클린턴의 여자 중 유일하게 클린턴을 '성희롱' 혐으로
고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94년 5월 정식으로 제기된 존스양의 성희롱 사
건은 클린턴으로 하여금 지난 1월17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직무
와 관계되지 않은 성희롱 사건의 피고인 심문에 응하도록 만들었다. 두 사
람이 말하는 사건 내용은 정반대다. 클린턴은 줄곧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
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존스양의 주장에 따르면 91년 5월 당시 시간당 6달러 35센트를 받
으며 아칸소 주정부의 임시직 고용원으로 있던 그녀는 수도인 리틀록시의
엑스셀시어 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 때 클린턴을 처음 만났다는 것이다. 행
사장 안내 등을 돕는 허드렛 일을 하고 있는 데 자신을 보는 클린턴의 눈
빛이 심상치 않았으며, 이어 주 경비대원인 대니 퍼거슨 등이 "주지사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며 호텔 방 번호를 알려줬다. 혹시 주지사가 자신
을 정식 직원으로 '승진'시켜줄 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호텔 방에 들어
가자 클린턴은 다짜고짜 껴안고 키스를 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바
지를 내린채 오럴섹스를 강요했으며, 존스양이 이를 거부하자 "네가 원하
지 않는다면 강요하지 않겠다"며 물러섰다는 것이 존스양 주장이다. 그러
나 주 경비대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주지사의 여성 편력 등에 대한 소문을
들었음직한 존스양이 스스로 찾아와 "언제든 주지사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
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존스양은 성희롱 사건 폭로부터 현재의 송사까
지 줄곧 그 배후에 우익 집단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 부인 힐
러리 여사가 온갖 섹스 스캔들을 '클린턴 죽이기 음로'로 몰아붙일 수 있
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최근 그녀의 법적 비용을 맡고 있는 곳은 '루더폴
드'라고 하는 보수 종교집단이다. 존스양은 클린턴과의 관계를 폭로한 이
후 플레이보이같은 잡지의 누드모델로도 등장했을 만큼 간단치 않은 인물
이다. 존스양은 법정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는 지적들이다.

91년에 발생한 사건을 3년 뒤인 94년에야 성희롱으로 문제 삼은 과정도 석
연치 않고, 또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섹스 요구를 거부함으
로써 어떤 피해를 입었는 지를 입증해야 하는 데 이 자체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숨겨진 무기가 있다. 그녀는 처음부터 클린턴 '성기
의 독특한 특징'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문제
가된 여러 여성들이 그녀가 묘사하는 독특한 특징에 동의하고 있다고한다.

클린턴과 가장 오랜 관계를 유지해 온 여성을 꼽으라면 제니퍼 플라워
스이다. 밤무대 가수 출신인 플라워즈는 92년 1월 클린턴과 무려 12년에
걸친 관계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클린턴은 "나의 결혼 생활이 완벽
하지는 않았으며, 때론 우리의 결혼에 고통을 초래하기도 했다"고 고백했
다. 하지만 플라워즈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그 혐의는 잘못된 것"
이라는 말로 간접 부인,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하지만 클린턴은 최근 폴
라 존스양의 피고인 심문 과정에서 플라워즈와의 일부 관계를 시인한 것
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클린턴의 여자라고 스스로 주장했거나, 그런 구설
수에 올랐던 인물로는 대학 시절 친구인 돌리 카일 브라우닝과, 아칸소 주
지사 시절 사업 파트너자 친구였던 짐 맥두걸의 부인 수잔 맥두걸을 들 수
있다. 텍사스주 댈러스 출신 변호사인 브라우닝은 과거 학창시절부터 30년
간 클린턴과 간헐적으로 관계를 가져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녀는 인터
넷사이트(WWW DEARDOLLY.COM)까지 마련, 이를 적극 선전하고 있으며 폴라
존스양의 재판 준비에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수잔 맥두걸은 클린턴 부부가 관계된 부동산 투자 사기 사건 화이트워
터재판에서 '클린턴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 유죄선고를 받고 복역 중일
만큼 클린턴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한 인물이다. 그녀와는 반대로 특별검사
편에 가세, 형량 감형 등을 꾀하고 있는 전 남편 짐 맥두걸은 수잔은 클린
턴이 아칸소주지사로 있을 때 그의 정부였다고 주장 중이지만 워낙 믿을
수 없는 사람들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그냥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는
지적들이다.

재미있는 현상 하나는 '클린턴과 관계된 일'들은 모두 흥행성 높은 사
업들이라는 것이다. 클린턴의 여자를 자부하면 거액의 선금이 제시되는 출
판 제의가 오기도 하고, 존스양의 플레이보이지 출연에 이어 최근 르윈스
키에게는 펜트하우스지가 2백만달러의 거금을 제의했을 정도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은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까지 자리잡았다는 농담이 나도는 실
정이다.

이처럼 숱한 클린턴의 여성 편력을 지켜본 사람들은 의례 고개를 젓곤
한다.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들이다. 클린턴의 여자로 알려진 사람들 중에
는 빼어난 미모를 갖춘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또
클린턴이 특별히 젊은 여자들만을 쫓아다녔거나, 아니면 어떤 특정 신체
부위에 유독 성욕을 느껴 특별히 찾아다녔다는 점을 발견키도 어렵다. 모
두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공통점이라면 이 여자들이 모두 클린턴
이 손을 뻗치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처지 또는 상황에 있었다는 점이다. 때
론 여자쪽에서 적극적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몰래하는 바람 피우기
라고 해도 도저히 규칙성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사람들이 진정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 하나는 클린턴이 왜 빼어난 미모
와 지성을 갖춘 힐러리를 놓아두고 바깥으로 그렇게 나돌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클린턴보다 훨씬 똑똑하고 다부지다는 평가를 받는 힐러리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일까. 두 사람을 잘 아는 친구들은 "클린턴과 힐러리는 정말
서로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럼 클린턴이 지나치게 성욕이 왕성한 탓일까,
이에 대한 대답의 단서 하나가 최근 클린턴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었던 딕
모리스의 발언에서 찾아진다. 딕 모리스는 우리로 치면 전형적인 모사꾼으
로,클린턴이 정치적 곤경에 빠질 때마다 힐러리와 더불어 위기 탈출의 '계
략'을 만들어내던 정치 기획자이다. 본인 역시 수렁에 빠졌던 클린턴을 96
년 재선에 성공케 만든 일등공신이면서도 매춘 여성과의 오랜 밀회가 탄로
나 그해 여름 중도탈락한 바 있다. 모리스는 로스앤젤레스시의 한 라디오
방송의 토크쇼에 출연, "나는 정말 모르겠다"고 전제하면서도 "좋다, 그러
면 클린턴과 힐러리의 성관계가 (결혼한 사이라면 의례 생각할수 있는) 그
런 것이 아니라고 가정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번 클린턴의 지퍼 게
이트의 위기 극복을 위해 급하게 백악관으로 소환됐던 모리스는 이 발언으
로 그 다음날 쫓겨났다. (워싱턴=박두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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