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올 대학입시에서 수능 수석을 차지한 학생을 놓칠 뻔 했다. 수능
4백점 만점에 3백98.5점을 얻은 서울과학고 3년 한상형(19)군은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경희대 한의예과에 동시 합격, 진로를 망설인 끝에 5일
서울대에 등록했다.
한군은 "'경영의 귀재'라고 불린 아이아코카의 글을
읽고 오래전부터 산업공학과 지원을 결심했으나 시험을 마친 뒤 실리적인
측면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한의예과에도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한의대가 없고 의사는 적성에 맞지 않아 경희대를 택했다는
것이다.
한군이 공학도와 한의사 사이에서 고민중이라는 소식을 전해들은 서울대
공대측은 한군에게 난 화분을 보내고 "탁월한 성적으로 합격했다"는 축하
전화까지 하면서 정성을 기울였다.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의
수석합격이라는 암시를 줬다.
한군은 "설 연휴에 가족 친지로부터 여러 의견을 듣고 당초 결심대로 공대를
지원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한군은 이날 서울대 공대
이장무 학장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신입생 등록을 했다.
반면,
경희대측도 한군에게 전화를 했으나 "좀더 생각해 봐야겠다"는 말에 당연히
서울대를 갈 것으로 짐작, '대어'를 낚는 데 실패했다. 한군은 수능
수리탐구Ⅱ 영역에서 1.5점 짜리 1문항을 틀려 만점을 받지 못했다.<
김희섭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