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귀순한 이탈리아의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주재 북한대표부 3등서기관 김동수씨(38) 일가족 3명은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북한의 식량난 실태와
외교활동 등에 관해 소상히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의 경제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김동수씨= 로마에 있을 때 외신을 통해 한국이 5백50억달러에
이르는 국제통화기금(IMF) 차관을 조건없이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나로서는 비전공 분야이고 서울에 온지 보름도 안돼
현상황에 대해 그다지 이야기할 것이 없다.

한국이 어느 정도 애로를 겪지 않겠는가 하는 짐작 뿐이다. 북한에
있는 주민들이이 이야기를 접했는가는 4년동안 로마에만 있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 북한 식량난이 국내외적으로 알려진 것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실상을
말해달라.

▲김동수씨= 로마에 있는 동안 농업전문가들을 비롯, 각 계층 간부들로
구성된20∼30개 대표단이 북한에서 와서 얘기를 나눈 것과 북한에서 내려온
전문들을 종합해서 아는 대로 말하겠다.

우선 대표단들은 한결같이 『공화국 창건이래 최악의 상태』라고 말했다.
『경제의모든 연결고리가 마비된 상태이며 그중에서도 농업이 제일 한심한 상태』
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농민들은 국영농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기 텃밭 관리와 가축사육 등에
전념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곡물과 가축을 각 구역에서 1개씩 운영되는
농민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공장과 기업소들은 쌀이 없으니까 자기들이 생산한 것중 제일 좋은 제품과 심지어
공장설비를 떼어다가 쌀과 바꾼다고 한다.

두번째로 지난 3년간 국제기구들을 통해 무상지원으로 북한에 보낸 65만t과
쌍무적으로 보낸 20만t을 포함해 모두 85만t을 보냈다.
85년(95년의 착각인듯)부터 공개적인 식량외교로 총매진하고 있다.

- 입국 기자회견에서 망명동기가 북한의 식량난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보다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김동수씨= 북한에서는 국제기구를 통해 식량원조를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라고 지시했지만 황장엽비서가 망명한 사건, 장승길 대사와 장승호 참사의
망명,농업담당비서 서관희가 간첩죄로 공개처형된 것 등 로마 FAO주재
북한대표부에서 일하는 동안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들과 농업의 피폐로 인해
사상자들이 증가하고 있는북한의 현실을 듣고 사상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金正日 생일때 특별하사품이 있었나.
▲김동수씨= 알사탕 등을 중국에서 들여와 아이들에게 나눠주려
했다는 얘기를듣기는 했지만 현 경제난이 너무 심각해 그것마저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에 도착해 북한에 아사자가 2백여만명 있다고 말한 걸로 알고
있다. 어떤경로를 통해 그같은 사실을 알게 됐나.
▲김동수씨= 김포공항에 도착해 2백80만명이 여러해째 진행되는
식량난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난 12월 2주간 평양을 방문한
세계식량계획(WFP) 직원이중국신문에서 2백80만명이 식량난으로
죽었다는 보도를 봤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봤냐고 다시 물으니까 직접
보지는 못하고 그런 보도를 인용한 지방신문 보도를 봤다고 말했다.
2백80만명이면 전체 인구의 10분의1이 넘는 숫자인데... 그럴 수도
있지만 잘 모르겠다. 전해들은 얘기를 공항에서 한 것이다.

-지원식량의 일부가 군용으로 전용됐다는데...
▲김동수씨= 김흥림대사(FAO주재 북한대표부 대표)가 대표부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평양의 암담한 얘기를 하며 식량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지원식량이) 군부에도 들어가고 땅속에 저장이 많이
돼 전쟁준비에 대한 확고한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 본인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 식량난은.
▲김동수씨= 일반적으로 식량지원을 많이 받기 위해 통계자료를
과장하곤 한다.
식량원조를 받는 나라들은 국제기구의 현장조사에도 불구하고
피해상황이 심하고 사망자 수가 많은 것으로 자료를 가공해 지원
호소문을 내왔다. 북한도 이같은 조건에맞게 자료들을 가공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기구들의 명확한 현장조사가 필수적이다.

- 서관희 농업담당 비서가 처형됐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서관희 농업담당 비서의 처형문제는 친척에 대한 비료제공
알선이 빌미가 됐다. 파종직전 비료의 절대생산량이 부족해 흥남 등
비료공장에서는 일주일 정도 차량을 대놓고 비료를 받아가곤 했을
정도로 비료공급 투쟁이 벌어졌다.

비료담당 일꾼이었던 서관희 비서 부인의 한 친척도 일주일동안
기다리다 비서부인을 찾아가 해결을 청탁한 끝에 비료를 받아갈 수
있었다. 이 사실이 폭로돼 서비서가 국가 농업일꾼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가 터져나와 철직되고 말았다.
이후 다시 남한의 식량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남조선에 매수됐다는
내용의 사로청 사건에 연루돼 결국 반정부 음모 혐의로 서비서가
공개사형당했다.

- 핀란드 대사인 김평일의 행방은.
▲작년 한해동안 핀란드, 덴마크, 우즈베키스탄, 싱가폴 등 24개
대표부가 철수했다. 그 첫번째 이유는 외화난때문이었고 두번째는
불안한 외교관 심리상태 때문에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철수 공관중에 핀란드 대사인 김평일도
포함돼있었다.(김평일은 최근 폴란드대사로 다시 부임했음) -

-북한체제 붕괴의 가능성은.
▲북한의 농업발전은 현 체제로는 불가능하다. 이는 사회주의
협동화의 정책상오류와 더 이상 이런 체제로는 식량난을 극복할 수
없다는 농민들 사이의 인식확산에 따른 것이다. 이미 전 농민과
일반인들 사이에 자본주의 사상이 구축돼 있다. 또개방 개혁의 경우
체제가 붕괴되고 이는 김정일 정권의 운명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절대 이를 못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김홍림 대표는 『이제는 자본주의 사상이 일반인들에서
중간간부, 고급간부들에게까지 확산됐다. 식량난으로 평민들의
불평불만이 고조돼 간부들의 집은 불만에 찬 주민들의 급습에
대비하기 위해 목제 출입문에 철문을 덧붙이기도 한다』고말했다.
김대표 자신도 이탈리아주재 대사관이라는 것을 길거리나
아파트에서 조차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실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