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화기 둥지 마련 위해 암컷이 수컷 유혹…화대는 자갈로 ##.

과연 동물들도 매춘을 할까.

성행위를 위해 육체를 제공하고 일정한 대가를 받는 매춘 행위는 인
간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가장 오래된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간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매춘 행위가 동물들 중 비교적 지능이 높다
는 펭귄 사회에서도 성행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져 관심을 모으
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피오나 헌터 박사와 오타고대학의 로이드 데
이비스 박사는 뉴질랜드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매년 남극에서 펭귄들의
성생활을 조사한 결과 남극으로부터 8백마일 정도 떨어진 로드 아일랜
드 지역에 서식하는 아델리 펭귄의 수컷들이 자신의 짝이 아닌 다른 암
컷들과 성관계를 갖는 대가로 '화대'격인 자갈과 돌맹이를 지불하는 현
상을 발견했다고 데일리텔리그래프지에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오는 4월 미국에서 발행되는 과학전문 계간 저널
'오크'(AUK)에 자세하게 실리게 된다.

자갈과 돌맹이는 남극 빙판에서 펭귄들이 알을 낳고 부화시키기 위한
둥지를 짓는데 쓰이지만 매우 드물 뿐 아니라 종종 빙판에 깊이 얼어붙
어 빼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와 같은 거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

헌터 박사가 설명하는 매춘 과정은 이렇다.

매년 부화 시기가 시작되면 펭귄들은 자갈을 찾아 나선다. 일단 돌
맹이를 모으면 펭귄들은 둥지를 만들기 위해 자갈 표면에 단단하게 얼
어붙은 진흙을 쪼아낸다. 알을 따뜻하고 건조한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
서다. 남극에서 돌맹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떤 펭귄은 다른
펭귄의 매서운 보복을 각오하고서라도 도둑질을 감행한다.

● 짝 잃을 경우 대비, 독신 점찍어둘 수도.

이런 힘든 과정이 계속되다보니 어떤 암컷들은 돌맹이를 보다 쉽게
구하기 위해 매춘이란 새로운 전략을 도입했다.

헌터 교수는 "암컷들이 공격을 받지 않고 돌을 훔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일시적으로 짝을 바꾸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암컷은 자갈이나 돌맹이를 얻기 위해 다른 수컷을 성적으로 유혹한다.

우선 자신의 짝으로부터 슬그머니 빠져나온 펭귄들은 짝이 없는 홀아비
또는 독신 수컷의 둥지에 접근, 근처를 서성거리면서 머리를 숙이고 수
줍은 눈빛으로 구애 신호를 보낸다. 일종의 호객 행위인 셈이다.

만일 수컷이 관심을 보이면 암컷이 엎드림으로써 수컷과 암컷이 어우
러져 '혼외 정사'를 벌인다. 그런 다음 암컷은 몸을 제공한 대가로 돌을
들고 자신의 둥지로 되돌아간다. 때때로 교미 후 수컷이 만족할 경우 암
컷이 1개이상의 돌을 집어가는, 즉 두둑한 팁까지 받는 일도 종종 벌어
진다고 한다. 어떤 괄괄한 암컷은 이런 방법으로 62개의 돌을 모으기도
했다고 헌터 박사는 밝혔다.

헌터 박사는 "암컷 펭귄들의 이같은 전략에 말려 수컷들은 아마도 가
능한 짝을 찾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펭귄의 매춘이 단순히 돌을 쉽게 구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닌
것 같다는게 헌터 교수의 설명이다.

헌터 교수는 "아마도 암컷들은 후손들의 유전적 다양성과 종의 우수성
을 위해 남아도는 수컷들과 짝을 짓는지도 모른다"며 "또 다른 이유로
추정되는 것은 만일 다음해에 자신의 본래 짝이 죽게 될 경우 미리 남편
이될 만한 가능성이 높은 독신 펭귄을 찍어두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헌터 박사의 이번 연구 결과가 공인받을 경우 다른 동물 세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매춘 행위가 발견될지도 모른다. 일부 학자들은 원숭이를
비롯해 지능 수준이 높은 동물 세계에서 이와 비슷한 행위가 벌어질 가
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헌터 박사는 "아직 다른 새 종류에서 이같은 매춘이 발견된 적은 없
다"면서 "보다 자세한 연구를 위해 남극에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보다 상세한 내용은 케임브리지대학의 헌터 박사에게 문의하면
된다. 영국 01223-331-766.).

(런던=최홍섭 경제과학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