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멕시코戰의 패배가 아쉽긴하지만 지상파TV
3사의 프랑스 월드컵축구 중계 경쟁은 그 열기가 뜨겁다.

지난 10일부터 오는 7월 22일까지 무려 33일동안 이어질 이번
프랑스 월드컵축구 중계방송 가운데 국내 시청자들이 의아하게
여기는 대목이 하나 있다.
KBS-1 TV로는 월드컵축구 중계방송을 볼 수가 없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

국가 기간채널을 자처하는 KBS-1 TV가 월드컵축구 본선 경기를
아예 중계하지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S-1 TV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축구 등 국민적관심이 쏠리기 마련인 대규모
스포츠경기를 늘 중계방송해 왔다.

프랑스 월드컵의 경우 전체 64개 게임 가운데 개막전과 결승전,
그리고 한국대표팀 경기는 방송 3사가 합동중계하고, 나머지 경기는
방송 3사가 나눠서 중계한다.
그런데 지상파TV 채널 2개를 운영하는 KBS는 광고방송을 내보내는
KBS-2TV로만월드컵축구 중계방송을 편성했다.

그 까닭은 광고수익 때문이다. 다시 말해 KBS가 중계할 25개 게임에
모두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야 한다는 계산 탓이다.
이번 월드컵축구 중계를 하는 KBS-2 TV 방송광고 물량은 MBC와
비슷한 규모인 60억원선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판매액은
70%를 넘기가 힘들 것으로 현재 전망되고 있다.

결국 최고 40억원 가량의 KBS-2 TV 광고판매액을 확보하기 위해
KBS-1 TV로는월드컵축구 중계방송을 하지 않는 셈이다. IMF한파로
극심한 광고불황에 시달리고있는 마당에 월드컵 광고특수의 기회를
놓치기가 무척 아까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처럼 경제논리를 앞세운 선택은 KBS 내부에서도 만만찮은
반론에 직면해 있다.

그 첫째가 KBS-1 TV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걱정. 광고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않으면
먼저 시청자들이 KBS-1 TV를 외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장 교체과정에서 드러난 KBS 내부사정 등으로 KBS-1 TV는 최근
시청률 경쟁에서 그 우위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달 넘게
전개될 월드컵축구 경쟁으로부터 KBS-1 TV를 아예 제외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결정이라는 비판이다.

시청률을 우선시하는 이들 KBS 관계자들은 지금부터라도
한국팀경기나 주요 경기 가운데 일부를 KBS-1 TV도 중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드컵축구 중계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MBC에게 자칫
KBS-1 TV가 채널이미지와 경쟁력 모두를 넘겨줄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KBS의 공영성에 대한 논란이다. 광고수익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사가 전국을 커버하는 기간채널 KBS-1 TV로
월드컵축구와 같은 큰 경기를 중계하지 않아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KBS-1 TV만큼은 못 되어도 KBS-2 TV도 엄연한 전국 네트워크일 뿐
아니라 KBS위성방송도 전국중계를 하고 있다고 KBS측에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위성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영국 BBC, 일본 NHK를 비롯해
유럽 각국의 공영방송사들은 지상파TV의 메인 채널로
월드컵축구를 중계하고 있다.

똑같은 게임을 일제히 중계하는 게 전파낭비임은 분명하지만
국민적 관심사가되는 스포츠 경기만큼은 공영방송이 상업방송과
다른 차원에서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2년 한일 공동주최 월드컵축구대회 때도 공영방송 KBS가
광고수익 때문에 KBS-1 TV로는 중계방송을 하나도 내보내지 않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