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귀순한 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주재 북한대표부 소속 김
동수 3등서기관은 최근 조선일보(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은 이미 시장경제에 익숙해 있으며, 대부분 중국식 개혁-개방을
바란다"면서 "김정일 정권은 시장경제에 익숙해진 주민들의 불만 폭발로
5년이내에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96년까지 1백50만∼2백
만명이 굶어죽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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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FAO주재 북한 대표부 3등서기관 김동수씨가 17일 조선일보사 3층 접견실에서
단독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식량난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 북한 식량난의 원인은.

"러시아와 중국이 90년대 들어 에너지와 원료 등의 무상지원을 중단,
비료공장 등이 가동되지 않아 농업부문이 상당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90년대 초반 베트남 태국 대만 등에서 사료용 쌀을 수입, 식용으로 배급
하기도 했으나, 외화 고갈로 이마저 어렵게 됐다.".

-- 식량원조 외교는 언제부터 시작됐나.

"95년 여름 홍수가 나자 외교부 농업위원회 정무원 총리실 중앙통계국
등으로 '큰물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최수헌 외교부 부부장)를 구성해 식
량원조 외교를 공개리에 추진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사회주의 제도의
'체면'때문에 쌀수입을 비밀에 부쳤다.".

-- 북한의 정확한 식량통계는.

"큰물피해대책위원회가 96년 2백30만t, 97년 2백80만t을 생산했다고 통
보해 왔다.실제로 96년경우 3백60만t이라고 들었다. 보다 많은 지원을 받
으려고 낮춘 것이다. 식량통계는 각 지역에서 조금씩 부풀려 보고하기 때
문에 중앙통계국도 정확한 통계숫자를 모른다. 어림잡아 중앙통계국에 보
고 하는 수치의 2/3가 정확한 수치라고 보면 된다.".

-- 지원식량은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나.

"대부분 군용으로 전용된다. 외부에서 차츰 말이 나자 97년 중반부터
'지원식량은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대신 그 지역에서 생산한 것(주민들에
돌아가는 것)을 군부로 돌리라'고 지시했다. 포신용 윤활유도 주민들이
먹을 옥수수 기름으로 대체하고 있다.".

-- 식량난으로 인한 북한의 사회상은.

"밑에선 시장경제가 만연돼 있으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주민들은 굶어죽어도 간부집에선 고기를 구워 먹는다. 무역회사 간
부나 외교관들은 전부다 자기 주머니를 차고 있다. 심지어 집 거실 마루
밑에서 미화 20만∼30만달러가 적발돼, 처벌받은 간부도 있었다. 이들에
대한 주민 증오가 대단하다. 죽은 시체를 간부집앞에 갖다 놓는 일도 있
다. 간부들은 겁이나 외화상점에도 직접 못가고 사람을 시켜 배달하게 한
다. 이런 부류는 전 인구의 10% 정도 될 것이다.".

-- 개혁-개방 가능성은.

"본격적인 중국식 개혁-개방은 못한다. 남한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개
방하면 정치적으로 김정일의 지위를 보장할 수 없다. 인민들이 시장경제
에 익숙해져 있어 정치적으로 붕괴된다고 믿는다. 북한당국은 '살길은 전
쟁이다'라고 하지만 중간 간부나 밑에선 전쟁해봐야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민들의 전쟁의식도 없어졌고, 남한과 국제사회가 평화공세를 취
하고 있어 전쟁 명분도 없다.".

-- 북한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나.

"없다. 외교부가 발표하는 '군부가 화를 내고 있다'는 성명도 군부와
상의해서 김정일의 결심을 받아 발표하는 것이다. 군부가 정치적으로 체
제를 보위하고 있으나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고향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하나같이 굶어죽는다는 이야기니까.".

-- 북한 내부폭발 가능성은.

"80년대말부터 시장경제에 익숙해진 인민들의 불만들이 조금씩 터지기
시작했다. 96년엔 농민시장을 폐쇄했으나 반발이 심해 다시 열었다.개혁-
개방을 안해도 불만은 언젠가 터질 것이다.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한다.
그시기는 장담할 수 없지만 자꾸 짧아지는 분위기이다. 5년이내 망하지
않겠나 생각된다.".

-- 외교관들의 의식은.

"외교관들은 상대적으로 망명할 기회가 많지만 주재국이 받아줄 것인
가 하는 우려와 평양의 자식을 걱정해 결심하지 못한다. 한국과 미국이
아니고선 망명을 받기가 쉽지 않다. 보위부와 외교부 합동팀이 1년에 한
번씩 나오지만 이들도 뇌물을 받으면 대강 검사하고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