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70년대 에세이-일본번역소설 주류...'무궁화꽃' 400만부 ##.
한국 출판 사상 처음으로 10만부 넘게 팔린 책은 1954년 정비석의
'자유부인', 50만부는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1백만부는 김홍신의
'인간시장', 단행본 1권 1백만부는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출판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건
국후 50년 동안의 베스트셀러 순위조사에서 드러났다.
건국하던 해인 48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국사원간)였다. 온국민의 애국심 교과서처럼 널리 읽힌 때문이었다.
요즘식 베스트셀러 개념의 첫머리는 전쟁 직후인 1954년에 나온 정
비석의'자유부인'(정음사간)이 장식한다. 미국식 자유화 바람으로 전
통적가치가 무너지는 사회풍조를 바람난 대학교수의 부인을 통해 묘사
한 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엄청난 숫자인 14만부가 순식간에 팔려나갔
다. 게다가 작가와 당시 서울대 법학과 황산덕 교수 사이에 한바탕 윤
리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30-40대에게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11세 소년가장 이윤복의 수기
'저 하늘에도 슬픔이'(신태양사간)가 출간된 해는 64년. 이 책은 재미
작가 김은국씨가 쓴 소설 '순교자'(삼중당간)와 함께 같은 해 베스트
셀러 1, 2위를 다퉜다.
60년대도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국내소설은 침체를 보인 반면 이어
령의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현암사간)를 비롯한 에세이시리즈,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중앙출판공사간) 등 비소설
이 강세를 보였고 '빙점', '설국' 같은 일본작가의 작품이 좋은 반응
을 얻었다. 1965년 출간된 유주현의 '조선총독부'(신태양사간)는 우리
나라 출판 사상 최초의 실록대하역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문학
과 역사의 접목을 시도해 독자들의 큰 호응을 끌어냈다.
70년대는 소설의 시대. 초반에는 외국의 주요 작품들이 번역돼 베스
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1971년 에릭 시걸 '러
브스토리', 막스 뮐러 '독일인의 사랑', 앨빈 토플러 '미래의 충격',
1973년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1975년 시몬 보부아르 '위기의 여자'
등이 그 흐름을 주도했다. 국내작가로는 '별들의 고향'의 최인호와
'당신들의 천국'의 이청준이 쌍벽을 이뤘다. 각각 술집여성과 나환자
를 주제로 소외집단의 문제가 표면에 등장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조선일보에 연재됐던 '별들의 고향'은 단행본 출간 이후에도 당시로서
는 기록적인 70만부를 돌파해 그것만으로도 출판계의 큰 화제였다.
80년대는 이념의 시대였다. 1979년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
은 공'(문학과 지성사간)이 산업화의 그림자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 고
조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황석영의 '어둠의 자식들'(현암사간),
이동철의 '꼬방동네 사람들'(현암사간), 조정래의 '태백산맥'(한길사
간),이태의 '남부군' 등이 80년대 내내 폭넓게 사랑받았다. 다른 한쪽
에서는 이문열이 80년 기독교와 인간구원의 문제를 다룬 '사람의 아들'
(민음사간)을 내며 80년대 문단의 또 다른 한축을 형성한다. 이문열은
이때부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웅시대', '변경'에 이어 평역
'삼국지'(총 10권)를 내며 80년대와 90년대를 통틀어 1천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메가셀러 작가로 자리를 확고히 했다.
대중소설에서는 김홍신의 무협지풍 소설 '인간시장'(총 20권)이 82
년 돌풍을 일으키며 최초로 1백만부 밀리언셀러 시대를 개막했다. 황
당한 내용의 이 소설이 큰 인기를 끈 배경에는 모든 것이 억압당하던
5공 초기 사람들의 답답한 심정을 풀어주는 대리만족의 효과 때문이었
다는게 출판계 분석이다.
90년대 들어 밀리언셀러는 일상화된다. '소설 동의보감', '소설 토
정비결', '소설 목민심서' 등이 역사소설 바람을 일으키며 가볍게 밀
리언셀러 대열에 들었고, 그래서 90년대 초반에는 "1백만부를 못 넘기
면 베스트셀러 순위에 낄 생각을 하지 마라"는 말이 출판계에 나돌 정
도였다. 이처럼 부풀려진 출판시장에 핵폭탄 역할을 한 것이 4백만부
를 기록한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총 3권 해냄간)였다. 그
러나 시사성이 강한 테마의 전성시대는 이것으로 일단 끝난다.
그 후부터는 개인감성시대다. 양귀자의 '천년의 사랑', 김정현의
'아버지'가 95년, 96년에 큰 반응을 얻었다. 이 두 책은 95년을 기점
으로 착 가라앉기 시작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타고 '애잔한 읽을거
리'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명예퇴직, 정리해고, IMF로 이어지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했다. 96년 1위 '좀머씨 이야기', 97년 1위 '마음
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류시화신드롬 등은 모두 이런 연장선에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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