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 속에서 미주알 고주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소프 오페라
(Soap Opera)' 홍수. 와중에 그나마 극, 곧 진짜 드라마의 맛을 누릴 수
있는게 단막극이다.

MBC TV가 지난 11일 밤 10시에 방영한 '베스트극장 숨은얼굴 찾기'
는 오랜만에 그 맛을 되돌려줬다. 이 단막극은 대도시 변두리 서민들 일
상사 중에서도 아주 작은 부분을 뽑아 갈등과 행복을 그렸다.

줄거리는 서울 외곽 6가구가 사는 3층짜리 연립주택 2층 김옥숙 집
천장에서 물이 새자 주민들이 몰려가 위층에 사는 김혜선의 집 바닥을 몽
땅 뜯어놓으면서 벌어지는 이웃간 오해와 갈등이다.

결국송옥숙이 옥상에서 야채를 키우며 뿌린 물이 자신의 집으로 스
며든 것으로 밝혀지고 머쓱해진 이웃들이 함께 김혜선 집을 고쳐준다는
줄거리다.

평범한 소재. 그렇지만 전세 사는 사람과 집을 산 사람 사이의 입
장차이,집을 '자기 가족만의 공간'으로 보호받고 싶어하는 주부의 작은
이기심, 무조건바닥부터 뜯고 보는 공사인부들의 욕심 등이 씨줄과 날줄
로 얽히면서 이작은 드라마는 실제상황 같은 생명력을 얻었다.

"우리 집안에 법조인이 있어요"라고 '백'을 암시하며 고소하겠다고
이웃들을 겁주는 김혜선이나, 도도한 척 하는 김혜선을 흉보며 흥분하다
가도 막상 책임을 물을 때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송옥숙 박성미 김을
동 김동주등 조연연기는 설득력 있었다.

사랑과 미움이 공존하는, 우리 이웃의 모습이었다.

집과 마당이란 한정된 공간배경 속에서 한 계단씩 증폭되던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은 한 편의 연극을 연상케 했다.

한 가지 소재로만 극을 끌어간 군더더기 없는 연출-편집도 돋보였
다.

김혜선의 올케와 친정 남동생등 몇몇 단역들의 겉도는 연기는 옥의
티였지만, 단막극에서 흔히 발견되던 과장과 억지를 자제함으로써 이웃간
정의 소중함을 사실적으로 드러낸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