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지역 산불이 주변지역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시베리아
삼림지역과 사할린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산불 피해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유엔 전문가들은 이번주 사할린과 하바로프스크를 방문, "세계적인
생태계 재앙으로 분류될 만큼 엄청난 규모의 산불"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 인접국과 북반구 대부분 지역의 생태
환경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베리아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울창한 타이가 삼림지대는 아마존
산림의 두배 규모로, '지구의 허파'중 하나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시베
리아의 삼림 피해가 브라질 아마존의 화재보다 더 큰 환경 피해를 가져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엔은 보고서를 통해 "산불이 시베리아 호랑
이를 비롯한 여러 희귀동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
후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14일 극동지역 주요 도시
인 하바로프스크와 콤소몰스크, 아무르 등 중소 도시들의 이산화탄소 농
도가 환경오염 허용최고 기준치를 넘어섰다. 유엔 환경전문가들은 시베
리아 산불이 올해 5천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경고
하고 있다.
시베리아 산불은 해마다 여름에 찾아오는 단골 손님이다. 그러나 올
해는 연초 발생한 산불이 자연 진화되지 않고 계속 타고 있다. 엘니뇨
현상으로 겨울에 눈이 적었고, 여름 건조한 날씨로 비도 내리지 않아 산
불은 타이가를 집어 삼켜왔다. 5∼6월 강력하게 타오른 뒤 소강 상태였
던 산불은 9월이후 다시 맹렬한 기세로 번지고 있다. 시베리아 산불의
원인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주민들 부주의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산불은 극동 타이가 지역과 사할린을 중심으로 남한 면적의 9만
8천㎢에 맞먹는 광할한 지역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20여만 주민들의 생
활터전을 휩쓸었다. 중국과 인접해 있는 하바로프스크는 4천㎢에서 불길
이붙고 있다. 산불이 확산되고 있는 극동의 시호테 알린 야생동물 보호
지역은 4백50마리 전후로 추산되는 시베리아 호랑이들의 서식처로 이들
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 연방 산림청 산하 산림보호국장 빅토르 세르게옌코는 14일"약
2만8천여개소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으며, 산불은 콤소몰스크나 아무르와
사할린을 잇는 송유관 근처까지 접근하고 있다"며 대형 참사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연무 현상이 대도시 주변으로 번져 하바로프스크에서는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기절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지방 고속도로가 폐
쇄되고 항공기운항이 취소됐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가 15일 보
도했다.
현재 산불 진화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산악지역으로 진입로도 없고,
소방대원들의 접근도 어려운데다 장비마저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경
제난에 처한 러시아 정부의 지원은 아예 불가능한 상태다. 극동 환경단
체들은 유엔과 주변국에 원조를 호소하고 있다. AP는 산불로 인한 경제
적손실은 약 2천5백50만달러, 화재 진압에 5백만달러가 들어갔다고 전했
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실제 피해규모는 이보다 몇배는 더 된다고 주장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