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둑계 최초,유일의 객원기사로 활동해 온 '대륙의 나그네'
우쑹성(오송생)구단이 우리 곁을 떠난다. 10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
감하고 내년초 자신이 태어난 중국땅으로 되돌아 가게 된 것.

귀환하게 된 과정도 '우쑹성 바둑 인생'의 철저한 속편이다. 바
둑 때문에 중국을 떠나 호주로, 다시 한국을 거쳐 고국에 돌아가게
됐고, 바둑으로 인해 가정을 잃었다가 바둑의 힘으로 53세의 나이
에 새 장가를 든다.


사진설명 :
독특한 기풍과 온화한 성품으로 국내 기사들 사이에 인기 높았던 우쑹성九단.
내년 초 결혼과 함께 중국으로 복귀한다.

우구단은 현 중국 기원 원장인 천주더(진조덕)구단과 함께 중국

바둑 1기생에 해당하는 인물. 85년 가을 중국의 해외 보급 정책에

호응,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떠났으나 '바둑 후진국'인 그곳

에선 짜릿한 승부 바둑을 둘 기회가 전혀 없었다. 86년 호주를 방

문한 서봉수구단과의 친선 대국서 깊은 인상을 받은 그는 한국기원

에 객원기사로 받아줄 것을 요청, 마침내 89년 9월 그 꿈이 이루어

졌다.

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역경의 출발이었다. 중국인 아내는 서울
의 물가고 등을 이기지 못한채 두 아이와 함께 호주로 되돌아갔고,
얼마뒤엔 이혼으로까지 이어졌다. 홀아비생활이 길어지자 우구단을
'대사형'이라 부르며 따르는 녜웨이핑(섭위평)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의 중매가 최근 결실을 맺어 두 남녀는 새해 결혼과 함
께 중국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로 언약하기에 이른 것.

약혼녀는 올 32세,신장 1m70이 넘는 훤칠한 미모에다 호텔서 의
류상을 하는 재력가라니 노 신랑의 입이 찢어질만도 하다. 우구단
은 칭따오(청도)등 그를 바둑 학교 강사로 초빙한 3개 도시중 택일,
살림할 곳을 곧 매듭지을 계획. 하지만 호주에 살고 있는 전처 소
생 아들(11) 양육비는 계속 송금할 생각이다.

10년간의 한국 기사 생활에 대해 우구단은 "행복했다"고 회고한
다. 그의 독특한 감각은 모든 동료들로부터 일가를 인정받았으며
상당한 성적도 냈다.

2년전 제1회 삼성화재배때 우승후보 마샤오춘(마효춘)을 KO시킨
것은 특히 기억에 남는 전과였다.

짙은 눈썹, 사람좋은 미소로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던 그의 출국
소식에 국내 기사들은 아쉬움 일색이다. "이제 난 누구와 스파링하
느냐"(윤기현구단).

"상대가 안 보이면 10급 짜리에게도 먼저 대국을 청할 정도로
바둑을 아끼는 사람인데…"(서봉수구단). 우구단을 떠나 보내기로
한 탓인지, 한국기원 기사실은 요즘 유난히 가을을 앓는 분위기다.

○…제5회 보해컵 세계 여자 프로 선수권대회가 12일 개막,18일
까지 한국기원서 벌어진다. 윤영선 황염 권효진 이지현 윤영민 김
민희 등 한국 대표 5명과 전년도 준우승자 펑윈(중국) 등 5개국 16
명이 패권을 다툰다.

○…'밤톨군의 이창호 대탐험'이 탐구원에 의해 출간됐다. 초반
의 설계와 신수,신형을 이창호와의 대화체로 아마 강자 백재욱씨가
재미있게 정리했다. 272쪽,8천원.

○…오시마,미즈구치씨등 일본 바둑문화 연구 멤버 9명이 한국
바둑 문화탐방 차 10일 내한했다. 청주 청석회와 교류전에 이어 백
제 문화권과 온양 민속촌 등을 둘러본 뒤 주말께 귀국할 예정.

(* 이홍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