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게임 승률을 확률과 혼동하면 낭패하기 십상 ##.

♧ 도박 행위를 관찰하다 보면 확률과 빈도율(frequency rate)을 혼
동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동전 던지기를 보자. 동전을 한 번 던졌을 때 앞면(또는 뒷면)이 나
올 확률은 1/2이므로 10번을 던졌을 때 앞면이 5번 나오리라고 기대할
수있다. 하지만 실제 10번 던져 앞면이 3번 나왔다면 이 실험에서 앞면
이 나올 빈도율은 3/10이다. 우리 모두가 예측하는 대로 확률과 빈도율
은 비슷하지만, 확률이론에 따르면 많은 횟수(적어도 1000번)를 반복해
야만 확률과 빈도율의 차이를 아주 작게 할 수 있다(좀 더 정확히 말하
면 작게 할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높다).

확률과 빈도율을 혼동하면 그럴듯해 보이는 베팅 방법으로 균등 시
스템(balancing system)이라는 것이 있다.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이 방
법은 빈도율이 확률보다 낮은 곳에 베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
어 앞면이 7번연속 나왔다면 다음 차례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유는 빈도율이 1/2이 되기 위해서는 뒷면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위에서 소개한 확률 이론에 근거한 듯하지만, 반복 횟수
가 이론 적용에 필요한 최소 1000번에 비해 너무 적다. 또 동전 던지기
는 독립 시행으로, 이미 나온 결과들이 다음 결과에 전혀 영향을 안 미
친다. 이것을수학 통계에서 '동전은 기억력이 없다'로 표현하기도 한다.

확신이 안 가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확률 계산을 해보면, 8번 계
속 앞면이 나올 확률과 처음 7번 앞면이 나오고 8번째는 뒷면이 나오는
확률은 모두 ½ 의 8제곱이다.

균등 시스템을 믿는 사람들은 어떤 한가지 결과가 연속적으로 발생
할 때를 기다렸다가 그 결과가 아닌 쪽으로 크게 베팅한다. 필자의 한
친구도 동전 던지기처럼 독립 시행인 룰렛 게임에서 이 방법을 썼다가
낭패한 적이 있다.

그가 플레이한 카지노의 룰렛 테이블에는 앞에서 나온 20회 정도의
숫자들을 순서대로 기록하는 전광판이 있었는데, 지난 일곱 차례의 당
첨 번호가 연속 짝수였던 것을 감지한 사람들은 홀수에 베팅하기 시작
했다(지난번 설명한 색 베팅처럼 홀짝 베팅도 한 배 지급받는다). 짝수
는 계속해서 11번이나 더 나왔고, 회가 거듭할 수록 점차 더 많은 돈을
건 그들은 상당한 액수를 잃었다. 결국 짝수가 18번 계속 나온 것인데,
이보다 더 심한 경우가 1913년 8월 18일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일어났
다.

한 룰렛 테이블에서 까만 색 숫자들이 연속해 나오기 시작하자 균등
시스템 방법을 믿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빨간 색에 거액을 걸기 시작했
다. 이들에게는 불행하게도 까만 색 숫자들만 무려 26번 연속 나왔고,
카지노는 이날 이 테이블에서만 (도박꾼은 대부분 이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수백만프랑을 땄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런 현상은 희귀한 것이지만,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예측되
는 일이다. 룰렛을 5억 차례 반복했을 경우 한 색깔(까만 색 혹은 빨간
색)이 연속 26회 이상 나올 확률은 95%가 넘는다. 세계의 모든 카지노
에서 날마다 시행되는 룰렛 횟수를 계산해보면 5억 차례란 그리 엄청난
횟수가 아니다.

균등 시스템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은연중 이 방법으로 베팅하
는 이유는 무작위(random) 시행의 빈도율은 확률과 같다고 착각하고 있
기 때문인듯싶다. 한 예로 동전을 여러번 던졌다고 가상하고 그 결과를
순서대로 기입하는 미국의 한 실험에서, 대개의 사람들이 앞면과 뒷면
을 비슷한 횟수로 써냈다고 한다. 또한, 무작위 시행 결과는 아무런 규
칙성이 없어야 한다고 믿는 듯싶다.

미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최근에 보
도된) 온라인 복권 번호를 고를 때 대부분 1,2,3,4,5,6 등 일련 번호는
당첨될 확률이 적다고 생각하여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여섯 숫자
의 배열이 든 당첨될 확률은 똑같고,당첨자가 여럿일 경우 상금을 나눠
갖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번호들이(지극히 불리한 복권을 꼭 산다면)
유리한 선택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