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화 '불가사리' TV 방영이 저작권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85년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 있을 때 제작한 이 영화는 일본 영화 '고
질라' 시리즈에서 단골 주연을 한 사쓰마 겐하지로가 타이틀롤을 맡은
작품. 우리 민화에 나오는 쇠먹는 괴물을 소재로 만든 이 영화는 북한영
화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여름 일본서도 개봉됐다. 김세륜 각본, 정진
호 감독에 장선희가 여주인공 아미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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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북한영화 '불가사리'

이 영화는 국내업체 SN21엔터프라이즈가 북한 조선영화수출입사로부

터 판권을 위임받은 일본 서해무역으로부터 한국내 배급권과 상영권을

사서 들여왔다. 지난해 텔리비전을 통해 방영된 북한영화 '안중근 이등

박문을 쏘다'(SBS TV)와 '온달전'(KBS 2TV)을 수입한 곳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MBC와'불가사리' TV 방영을 협의해왔는데, 최근 미국에 있는

신상옥 감독이 영화 저작권을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신 감독은 "현행법상 불법적인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저작권의 귀속주
체로 인정할 수 없다"며, "불법 납치돼 북한 강제 하에서 영화제작에 참
여했으므로, 영화제작자로서의 권리는 북한에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있
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MBC를 상대로 '불
가사리'와 자신이 감독한 북한영화 '사랑 사랑 내 사랑' 수입과 방송 금
지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나 SN21엔터프라이즈는 북한 영화 제작자는 북한 내각 문화성으
로 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북한은 사기업이 인정되지 않으므
로 신 감독은 북에서 독립된 영화사를 운영한 게 아니라 단순히 북당국
지시에 따라 영화를 만든 것"이라며, "신 감독이 제작사라고 주장하는
오스트리아 빈의 신필름도 영화제작사가 아닌 단순한 배급사일 뿐"이라
고 주장했다.

지난해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으로 TV에 북한영화가 해금된후, 방송사
들은 북한 필름 경쟁을 해왔다. 북한정부 저작권 소유 문제까지 다루는
이번 재판 결과에 그래서 방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