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때 입가로 삐져나오는 덧니가 싱그럽다. 순정만화 '언플러그드
보이'와 '오디션'으로 데뷔 3년만에 최고의 히트작가로 떠오른 천계영
(29)씨. 그녀는 매일 오후 2시에 먹는 아침식사로 하루를 시작한
다. "밤에 작업하는게 훨씬 편안해요. 한 번 펜을 잡고 '재활용 밴드'
의 모습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죠. 그제서야 잠자리에 듭니다.".


사진설명 :
유난히 수줍움을 타는 성격탓에 사진찍기를 싫어하는 천계영씨가 본인이
그린 자신의 '캐리커처 액자'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의 경력은 만화계에선 이미 또 하나의 신화다. 문하생이나 동

호회 활동을 거치지 않고 순전히 독학으로 습작시절을 거친 뒤 매킨토

시 컴퓨터로 만들어 내는 작업들. 권당 1만권 정도 찍어내면 "성공했

다"소리를 듣는 이 바닥에서 첫 장편 '언플러그드 보이'는 권당 15만

권이 팔려나갔다. 그녀의 캐릭터들은 시계, 인형, 열쇠고리, 엽서, 등

으로 제작됐고 노트만 500만권 넘게 판매됐다.

"10대들의 감성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게 성공했다고 봅니다. 아이
들은 제만화에서 자신들의 꿈과 희망들을 발견했던 것 같아요. 길거리
에서제 만화에 나오는 '현겸'이를 봤다거나 그 캐릭터들의 생일에 맞
춰 선물을 보내오기도 합니다.".

사실 천계영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지난해 말에는 그룹 H.O.T의 애
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또 한 번 화제를 일으켰고 모 풍선껌의
CF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냈다. 한달이면 수백통씩 쌓이는 팬레
터. 그녀의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자거나 광고를 맡아달라는 청
탁이 줄을 잇는다. 만화가로서는 유례없게 별도의 매니지먼트 회사가
그녀를 관리하게 된 것도 그때문이다.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전 만화 그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쑥맥이에요. 유난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말도 적어 오해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겸손함 뒤에 숨겨진 성실함은 유명한 얘기다. '겹치
기 연재'를 거부하고 5∼6페이지를 그려내기 위해 하루 13시간씩 펜을
잡는 정성.

무리한 작업으로 손이 마비돼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다. 화실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10분이지만 작업을 위해 한 달에 한두번 밖에 가지
않는다.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음악, 패션 전문지를 두고 씨름하는 것
은 물론이다.

"'오디션' 3권이 이달 말 나올 겁니다. 2001년까지 10권으로 마무
리할 계획이죠. 제 만화를 보는 10대들이 그 시간 만큼이라도 행복함
을 느낄 수 있다면 저는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