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장정일(37)씨가 신작 장편 '보트하우스'를 산정미디어에서 펴
냈다.

지난 97년 외설 시비에 휘말린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집행유
예를 선고받은 뒤 대구 자택에 칩거 중이던 작가가 본격적으로 창작을
재개한 것.

스스로 '조롱받는 시인'이라 자처하는 장정일답게 신작 소설에서도
자기 모멸에 가득 찬 유희적 글쓰기를 구사한다. 또 소설 속에 소설이
들어있는 양식 실험, 너무나 변태적이기에 너무나 희극적인 성묘사 등등
장정일식 소설 문법은 여전히 살아있다.

'보트하우스'는 문학 청년 시절 사용했던 구식 타자기를 그리워하면
서 찾아다니는 소설가 '나'를 둘러싼 환상 소설이다. '나'는 디지털 시
대를 맞았지만 청춘의 추억을 되살리는 매개물로 구식 타자기를 선택하
는 '아날로그 세대'를 대변한다. '나'의 욕망은 타자기로 천천히 힘들게
소설을 씀으로써 컴퓨터 시대의 가속도 문명을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하나의 이미지를 반복함으로써 욕망이 듦끓는 사회 속의
무력한, 무위의 작가 초상을 남기려고 한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해변
의 긴 의자에 앉아 얼음을 채운 콜라를 마실 뿐, 남들처럼 보트를 타고
파도를 타는 일은 결코 하지 않으리라'는 '나'의 몽상이 바로 '보트하우
스'(보트를 넣어둔 집)란 제목을 설명한다.

그런데 19살짜리 여성이 '나' 앞에서 타자기로 변신하는 기묘한 일과
함께 이 소설은 만화적 상상력의 날개를 무한대로 펼친다. 마왕과 초능
력 여인이 나오는가 하면,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색녀 '와이', 장정일
소설에 늘 나오는 은행원 출신 작가 지망생이 다시 등장하면서 인생유전
의 드라마를 복잡하게 전개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의 구조는 간단
하게 3부로 나누면 된다"라며 "타자기를 찾아나선다, 타자기를 도난당한
다, 타자기를 되찾는다는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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