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 감정부터 회계-운영까지 800시간 호텔실무...취업 100% ##.

미국 뉴욕시에서 서북쪽으로 400여㎞ 떨어진 곳에 있는 이타카란
작은마을. 인구 3만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선 좀처럼보기 힘든 9층짜
리 호텔이 하나 있다. 객실 150개의 스태틀러 호텔. 이 호텔은 그러
나 '보통 호텔'이 아니다. 코넬대 호텔경영학과가 직영하는 호텔이
다.


사진설명 :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학생들이 스태틀러 호텔 테라스 카페에서 실습수업을
하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달 14일 밤 11시쯤 기자가 도착했을 때 자동차문을

열어주면서 "해피 발렌타인"을 건넨 도어우먼은 2학년 스테이시양

(20). 프런트 데스크는 3학년생, 레스토랑은 식음료과 학생 직영,

호텔 청소는 신입생… 호텔이라기보다는 강의실이고 실습장이다. 그

렇다고 서비스가 아마추어급이거나 음식맛이 '실험적'이라고 생각하

면 큰 오산이다. 뉴욕 인근 최고급 수준이다. 하루 투숙료 150달러

의 싸지않은 값이지만 평균 객실 점유율 82%.

학생부처장 돈 비숍교수는 "호텔경영학과에 입학하면 최소한 800
시간의 호텔근무 실습을 거쳐야 졸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숙
객이 도착했을 때 양손가 겨드랑에 가방 네개를 동시에 드는 법, 와
인 맛보는 법에서부터 호텔회계에 이르기까지 수업과 실습은 하나
다. 졸업하면 언제 어느 호텔에 갖다놔도 완벽하게 일하고 경영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학 랭킹을 매기기 시작한 90년대 초반 이후 코넬대는 호
텔학과 랭킹에서 단한차례도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졸업작품전도 가장 호텔학과답다. 졸업을 한달 앞두고 매년 4월
초 열리는'호텔 에즈라 코넬' 행사. 2박3일동안 호텔학과 전학년생
700여명이 호텔을 '인수'해 호텔학과 졸업생들과 업계 관계자, 지역
유지등 500여명을 초청,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
는 자리이다. 74년째 계속되고 있다.

먼저 객실, 행사, 서비스, 식음료, 주방 등 16개 분야를 담당한
대표 16명을 선발해 이들 지휘 아래 발레파킹, 등록, 안내, 조리,
서비스, 세탁, 청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해낸다. 올해 행사 담당을 맡은 스티브 워커군(20·3년)은 "16명이
학기초부터 매주 20시간씩 모여 회의를 갖고 있다"면서 "이같은 대
규모 행사를 치르고 나면 호텔 경영 전반에 대해 거의 모든 걸 배우
게 된다"고 자랑했다.

품평은 호텔 업계 관계자들과 동문들. 참가비가 부부 동반 850달
러로 비싼 편이지만, 동문들은 '풋내기' 후배들을 보러 굳이 뉴욕
시골 동네 이타카까지 찾아온다. 실무 투입이 즉시 가능한 '재목'들
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모든 수업은 실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컨대 'TCAB'과목은
과목 이름이 호텔안에 있는 레스토랑 '테라스 카페 앤드 브리스토'
의 약자다. 수강생120명이 30명씩으로 나뉘어 한학기동안 '테라스카
페' 주인에서부터 주방장에 이르기까지 각종 직책을 모두 맡아보도
록 한다. 음식 재료비는 물론 학교 부담. 업무추진비 100달러가 별
도 보너스로 지급된다. 주방장이 수시로 바뀌다보니 '테라스 카페'
엔 매일밤마다 진귀한 음식이 진열되곤 한다. 아프리카 출신 학생이
식당 주인역을 맡으면 아프리카 음식이 메뉴에 오른다. 얼마전엔 한
국 음식을 좋아하는 미국 학생이 불고기판을 벌여 히트를쳤다고 한
다.

취업율은 100%. 졸업후 첫해 평균 연봉은 3만5000달러, 대학원생
은 5만2000달러 정도. 그러나 임금 상승 속도는 다른 학과보다 훨씬
빠르다. 졸업후 5년안에 2배, 10년이 지나면 3.5배(코넬대 자체조사)
에 이른다. 캐시 엔즈 교수는 "호텔 경영학은 주방장이나 벨보이를
배출하는 게 아니라 호텔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경영인을 배
출하는 것"이라면서 "연봉이 빠른속도로 올라가는 것도 코넬대 졸업
생들이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음대 2학년을 다니다 미국에 와 호텔경영학과로 진로를 180
도 바꾼 조현아양(24·4년)은 "코넬 호텔경영학과의 모든 수업은 고
객 서비스 분야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면서 "대학 졸업과 동시에 곧
바로 호텔을 경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이타카(뉴욕주)=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