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0개 주에 상응하는 상-하원 의석수를 갖고 미국과
합병해야 한다." 영국 보수 논객이며 역사가인 폴 존슨(70)이
미 경제시사지 포브스 최신호(4월5일자) 기고에서 "영국이 마지
못해 '유럽연합(EU)'으로 가고있으나, 더 늦기전에 완전히 다른
혁명적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그는 "영
국 등 영어권 국가들(캐나다-호주-뉴질랜드)은 20여개의 주 형
태로 미국에 가입, 침울하고 정적인 유럽을 떠나 역동적인 미경
제에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인의 역사' '유태
인의 역사' '미 근대사' 등 미국내 다수의 베스트셀러 역사서를
저술해 미정계 보수파와는 친분이 매우 두터우나,영국에선 논란
의 대상이기도 하다.
'영국이 미 51번째 주가 된다'는 아이디어는 애초 67년 린든
존슨 미 대통령과 해럴드 윌슨 영국 총리 간에 오간 바 있었고,
이후 "영국이 미국 군사-외교 정책에 굴종한다"는 영국내 반미
주의자들이 역설적으로 제기했었다.
존슨은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 영국은 미국과 유럽 두가
지 선택이 가능하며, 영국인은 유럽을 잘 알면 알수록 덜 좋아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년전엔 허황되게 여겨졌던 독일 재통일
과 소련의 자진 해체가 이뤄졌듯, 미-영 합병은 결코 꿈이 아니
라는 것이다.
존슨은 "영국인은 실용적인 민족으로, 가치있는 보상을 확
신하면 곧 낡은 습관을 버린다"며 "영국인들이 유럽연합에 반대
하는 것은 이론적-원칙적 근거에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눈으로
오늘날의 유럽이 별로 매력적이지못한 파트너라는 것을 알기 때
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EU의 각종 규제(5만건)가 영국 사회 곳
곳을 지배하게 되지만, 세계 무대를 지향하는 영국의 역동적인
기업들은 유럽의 보호주의와 사회주의를 갈 수록 의심한다는 것
이다.
존슨은 일반 영국인은 언어와 문화가 같고 법체계가 비슷
한 미국을 외국이 아닌 '가족'으로 여긴다고 밝혔다.예컨대 "유
럽 국가들은 클린턴 탄핵을 이해할 수 없지만 영국은 탄핵제를
17세기에 만들어 지금까지 최소 60번 사용했다"고 말했다.또 외
교-군사정책에서 양국이 종종 외롭게 단합하는 경우도 많다.
존슨은 '사상 최대의 합병(M&A)'이 될 미-영 합병에서 "인
구 5900만명의 영국은 최소 미 10개 주의 자격이 있다"고 주장
했다. 이럴 경우, 영국은 각 주에서 2명씩을 미 상원에 보내 최
대의 동질적 투표 블록을 형성할 수 있으며, 하원에서도 캘리포
니아-뉴욕주를 합친 것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하게 돼 영국 출신
미 대통령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존슨은 미-영 합병이 이뤄지면 '어차피 혼자 갈 수 없는'
캐나다와 '미국의 도움없이는 중국으로부터 자기방어 능력이 없
는' 호주-뉴질랜드의 미국 가입은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예견
했다. 그래서 이 '영어권' 초대형 국가는 세계 최대 군사력을
바탕으로 곳곳의 긴급 사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고, 국내총생
산(GDP) 10조5000억달러(97년 기준·EU 6조8000억달러)의 막강
한 경제를 형성한다는 것. 그는 "미-영 합병이 30년전에는 '몽
상'이었다면, 21세기 미-영지도자들에게 이는 보다 현실성을 띨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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