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와 고종수. 수원 삼성의 못 말리는 '개구장이 듀오'가 8개
월만에 짝을 이루자 팀에 활력이 넘쳤다. 수원은 8일 21살 두 동갑
내기의 활약으로 난적 포항을 3대1로 완파하고, 4강 티켓을 가장 먼
저 거머쥐었다. 이날 고종수는 부상서 완전히 회복한 듯 여러차례
감각적인 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텄고, 데니스는 1골 1어시스트로 승
리의 수훈갑이 됐다.
작년 9월 데니스가 출장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한 그라운드에 설
기회를 잃어버렸던 둘은 '난형난제'. 자유분방한 행동과 감각적인
축구 재능이 닮은 꼴인데다, 둘이 늘 '내가 형'이라며 다투기 때문.
팀내에서 김호 감독과 가장 개인면담을 자주하는 선수 1, 2위가
바로 데니스와 고종수다. 고종수가 느닷없이 머리를 금빛으로 물들
이고 나타나는 '천방지축형'이라면, 데니스는 연습경기서도 레드카
드를 받는 '열혈남아형'. 그래서 그라운드에서는 고종수가 흥분한
데니스를 진정시키는 '어색한' 모습도 심심찮게 연출된다.
둘은 서로를 끔찍이 아낀다. 고종수는 "데니스는 개인기와 함께
파괴력을 지녔다"고 칭찬하고, 데니스는 "한국서는 보기 드문 감각
패스를 할 수 있는 게 바로 고종수"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3년전 사할린 출신 데니스가 수원에 스카우트되고, 고종수가 고
등학교 졸업과 함께 입단하며 맺은 철부지들의 인연은 이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수원의 쌍두마차로 성장한 이들은 이제 한국
과 러시아의 올림픽대표팀 주전. 지금 같은 성장세라면 2000년 시드
니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에서 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