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내의 음주, 가혹한 통과 의례가 두
서울대생의 목숨을 앗아갔다.
19일 0시30분쯤 서울대 연못인 자하연(자하연)에
동아리 회장에 새로 당선된
신왕수(신왕수·20·섬유고분자공학과 2)군이 동료들에
의해 던져져 익사했다. 신군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후배
강민구(강민구·19·응용화학부1)군도 함께 숨졌다.


사진설명 :
서울대 연못 자하연에서 익사한 신왕수군의 학교 선후배, 친구들이 19일 신군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영안실을 침통한 표정으로 지키고 있다.


철학 동아리 회원 20명은 18일 오후 9시쯤부터 소주

12병을 나눠마신 뒤, 신임 회장을 연못에 던져넣는

[의식]을 가졌다. 경찰은 {평소 1.8m쯤인 연못 수심이

비가 와 2m를 넘은 데다, 술을 마신 상태여서 두

학생이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군의 아버지 신일호(53·전남 고흥·회사원)씨는 서울

보라매 시립병원에 마련된 아들의 빈소에서 {어버이날

내려와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통곡했다.

홀몸으로 강군을 키워온 어머니 이순임(43·경기
성남시)씨는 {아들 하나만 믿고 살아왔는데 나는
어쩌란 말이냐}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충격에 빠진 총학생회는 21일까지 예정된 축제일정을
중단했고, 교내에서 술을 팔던 장터 10여 곳은 자취를
감췄다.

자하연에 동료를 밀어 빠뜨리는 일이 시작된 것은
80년대 후반. 90년대 중반엔 연못을 가로지르는 오작교
위에서 5∼6m 아래로 집어던지는 식으로 변했다.

4년째 자하연 옆 국어국문학과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연못에 던져넣는 일이 하루에도 두세 차례
일어나고, 여학생이 빠져 비명 지르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며 {너무 과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폭력적인 통과의례는 연못에 던져넣기만이
아니다.생일을 맞은 학생을 집단으로 때리는 [생일 빵],
신입생에게 냉면 사발에 가득 담긴 소주를 먹이는
[사발주] 등도 여전하다.

환경대학원 석사과정 신모(24)씨는 {매년 생일을
맞으면 술자리에서 친구들로부터 멍이 들 정도로
맞는다}며 {학생에게 어울리는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본부 관리과 박남우(박남우)씨는 {공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 아래 깔린 학생들 실핏줄이 터져 병원으로
후송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재(이정재) 학생부처장은 {술마시고 기분 푸는
식의 대학문화가 문제}라며 {선진국 대학에서는 여러
행사때 동아리별로 작품전 같은 소규모 축제를
다양하게 벌여 즐거움을 나눈다}고 말했다.